환경부가 추진하는 남한강 유역의 취·양수장 시설개선 사업이 여주시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설개선 사업 대상인 18개 취·양수장은 모두 한강 3개 보인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주위에 집중돼 있다. 3개 보에서 안정적으로 식수와 농업용수, 공업용수를 공급받던 여주시와 농민,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들은 취·양수장 개선사업을 3개 보 개방·해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의심한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의 공약과 환경단체의 요구에 따라 4대강 보들이 속속 개방되거나 해체가 결정된 과정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미 4대강 보 16개 중 금강·영산강·낙동강 보 11곳을 개방했다. 보 인근 지역 농민들과 기업들은 용수 부족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4대강 사업을 악으로 규정한 정권의 보 개방·해체 의지는 완강했다. 녹조 발생, 수생태계 붕괴 등 각종 환경징조와 지표를 보 개방·해체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여주, 이천의 젖줄인 남한강은 환경 시비에서 벗어날 만큼 맑은 수질을 유지한 덕분에 보 개방·해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기후변화, 수질오염 사고 등으로 강 수위가 저하되는 비상시를 대비한다며 남한강 3개 보 취·양수장 시설개선 사업을 전격적으로 밀어붙이자 유역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즉각적으로 보 개방과 해체를 떠올렸다. 수질을 시비 걸기 힘들자, 기후변화와 수질오염 사고라는 막연하고 희박한 명분으로 정권의 4대강 사업 백지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여주시와 주민, 기업들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반면 환경부의 명분은 허약하다. 기후변화와 수질오염 사고 대비를 위한 취·양수장 시설개선이라면 전국의 모든 취·양수장이 대상이어야 한다. 여주·이천시, 농어촌공사, SK하이닉스, OB맥주 등이 멀쩡하게 이용하고 있는 취·양수장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전 또는 개선하려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사업의 목적과 명분이 요령부득이니, 정권의 정책 목표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환경부는 10월 중에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 사업의 목적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전달돼야 한다. 만일 18개 취·양수장 개선사업이 한강 3개 보 개방·해체와 무관하다면, 이를 공식 입장으로 발표하면 된다. 혹시라도 취약한 명분으로 사업의 목적을 숨기려 한다면, 이는 정부가 국민에게 할 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