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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점화됐다. 동물권단체들은 대통령 발언을 환영하며 아예 개 식용 금지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법으로 전통적인 개 식용 문화를 금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한다. 여기에 육견협회 등 식용견 유통 종사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겹치면서 양상이 복잡해졌다.

추정 통계에 따르면 반려견 인구가 1천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개는 개가 아닌 가족이다. 올해 전체 펫 시장 규모가 6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라니, 가족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눈에는 개 식용이 식인행위에 버금가는 패륜일 수도 있겠다. 유감스럽게도 보신탕 마니아들이 한 해에 먹어치운 개고기 양이 7만t, 150만마리이다(2019년 기준). 반려견과 가족애를 나누는 1천만명과 개고기 7만t을 먹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문화 충돌은 필연적이다.

추세는 동물권단체와 반려견 인구 편이다. 보신탕에 집착하는 세대는 늙어가고 인구는 줄고 있다. 대선 경선에 나선 여야 대권 주자들이 개 식용 금지에 호응하고 나선 배경이다. 반려견을 비롯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1천500만명 앞에서 개 식용을 주장한다? 정치적 자살 선언일 테다. 개 식용 금지법이 현실화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이다.

그래도 개인의 기호와 취향인 음식문화를 법으로 간섭하는 일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문화는 법적 규제를 초월한 가치이다. 문화도 역사와 같이 흥망성쇠의 고리를 순환한다. 시대와 주류의 관심에서 멀어진 문화는 소멸한다. 푸세식 변소가 비데가 달린 화장실로 변하기까지는 법이 아니라 변화를 이룰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박지성이 선수 시절엔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불편하다며 맨유 팬들에게 자신의 응원가인 '개고기 송'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호소하고 설득하는 방식이 문화적이다. 중국이 방탄소년단 팬클럽 SNS 계정을 폐쇄해봤자, 방탄소년단에 홀린 중국 '아미'들은 기어코 열광의 통로를 찾아낼 것이다.

개 식용 산업과 문화는 이미 사양길에 들어섰다. 수많은 먹방들도 보신탕은 외면한다. 도태될 문화에 '금지' 낙인을 찍어서 거둘 공익이 애매하다. 소수의 문화를 법으로 규제하는 반문화적 선례만 남길 수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