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한국지엠의 생산 중단 영향이 인천항에도 미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인천 내항 5부두. 평소엔 수출을 위해 신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야 할 공간이지만 텅 비어 있었다. 가장자리 일부 공간에 차량 수십여 대가 줄지어 서 있고, 야적을 위해 차량 폭에 맞춘 선이 바닥에 그어져 있어 이곳이 자동차 전용 부두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인천 내항 5부두는 신차 수출 부두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이곳을 거쳐 미국 등으로 수출된다. 총 8천여 대를 수용할 수 있지만, 이날 곳곳에 분산된 차량을 모두 합해도 1천대 안팎에 불과했다. 수출 차량이 없다 보니 자동차선이 접안해야 할 안벽에는 다른 벌크 화물선이 있었다.
내항 5부두가 빈 데에는 한국지엠의 생산 차질 영향이 절대적이다. 한국지엠은 이달 1일부터 부평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5일까지 가동 중단이 이어질 예정인데, 이후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 기간 한국지엠 부평 2공장도 50% 수준으로 가동된다. 한국지엠 부평 1공장에서는 '트레일 블레이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차량은 지난 6월 국내 생산 차량 중 수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 중단은 수출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항 신차 수출이 한국지엠 차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 불안 문제는 인천항 물동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 수급 불안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 물동량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내항 5부두는 항상 한국지엠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이렇게 부두가 비어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5부두에 자동차운반선 외 다른 선박이 접안한 것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트레일 블레이저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반도체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10월 들어 생산 차질이 크다"며 "수요가 없어서 못 파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문제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