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전국에 커피 전문점만 7만개를 넘는다. 2019년 말 기준 프랜차이즈 점포만 1만5천여 개로, 국민 간식 치킨집(1만7천여 개)을 넘본다. 가성비(Cost-effectiveness)를 내세운 메가커피는 창업 5년 8개월 만에 전국 매장 1천500호를 넘어서는 급성장을 했다. 젊은 층과 주부들 사이에 스타벅스 매장은 '스벅권'으로 불린다. 부동산 시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세권, 학군권과 동급인 거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직원들이 지난주 서울 전역을 돌며 트럭시위를 벌였다. LED 전광판에는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반복 노출됐다. 이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트럭을 임대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업계 선두 주자인 스타벅스 직원들의 돌출 퍼포먼스에 '뭔 일이냐'며 놀란 표정들이다.
시위는 지난달 말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동시 진행된 다회용(리유저블) 컵 증정 행사가 도화선이 됐다. 매장마다 예외없는 줄서기가 이어졌고, 직원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매장과 매출 증가에 따른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누적돼온 불만이 행사 당일 폭발한 것이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앞으로 더 힘들지 모른다. 커피가 동양인들의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4국 공동 연구팀이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 남녀 33만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로, 국제역학저널 최신호에 소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1~3잔 미만 마시는 남성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22%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 3~5잔 미만과 5잔 이상 마시는 경우 사망 위험이 각각 24%씩 낮았다. 여성은 1~3잔 미만 마실 때는 20%, 3~5잔 미만일 때는 35%, 5잔 이상인 경우 28%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커피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낮췄다. 커피를 5잔 이상 마실 경우 남성은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15% 낮았고, 여성은 19% 낮았다.
'악마의 유혹과도 같다'는 중독성 짙은 커피가 건강에도 좋다면 금상첨화다. 커피 애호가들이 반가워할 희소식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면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몸에도 이롭다는 커피, 마지막 숙제가 남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