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짱구는 천하의 말썽쟁이에, 어른들을 바보로 만드는 놀라운 센스에 기상천외한 장난으로 실소를 머금게 한다. 짱구네는 전형적인 일본의 소시민 가족이다. 짱구 아빠는 허름한 와르르맨션 아파트에 살면서 만년 계장에 쥐꼬리만 한 봉급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그런데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일본경제가 예전 같지 않자 갑자기 짱구 아빠는 찌질한 소시민 아빠가 아니라 어엿한 집 한 채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 기득권층으로 격상됐다.
그러면 찌질한 소시민 짱구 아빠는 로또에 당첨된 것도 아니고 유산을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기득권층이 되었을까.
취업난·긴 실업기간… 우리 젊은이들 현실
정부의 양적완화든 적극적인 복지정책은
비밀은 일본경기 침체와 경제정책에 있다. 아베 정부가 적극 추진한 양적 완화는 일시적으로 꺼져가는 경제에 불을 지피는 순기능을 하였으나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안고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일본정부는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등의 정책으로 물가를 잡고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줄여왔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졌고, 청년들은 저임금에 임시직 알바를 전전하는 '프리터 족'이 됐다. 당연히 일본의 청년들에게 집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고, 결혼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여기에 여성들의 지위 상승과 능력이 넘치는 알파걸들의 등장은 일본 청년들을 초식남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회적 변화와 경제의 모순을 청년층에게 전가시켜 버린 꼴이다. 그러니 이 청년들에게 짱구 아빠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기득권 선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나 같은 경제 문외한인 소심한 글쟁이는 양적 완화나 정부가 채무를 늘리는 정책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알다시피 1차 대전 직후 독일 정부와 리더들이 국가 채무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한 초인플레이션 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심각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의 악화가 선거에서 히틀러의 나치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등장한 배경이다. 이후 히틀러의 등장이 가져온 세계적 파장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나위가 없겠다.
최근 중국의 헝다 사태도 결국 양적 완화 정책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돈을 푸니 풀린 돈들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에 몰리고, 시중에 풀린 돈들로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이자 테이퍼링과 돈을 회수하는 정책을 펴는 순간 유동성 위기와 함께 헝다 사태가 발발한 것이다. 부실경영의 탓도 있지만,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래세대들에 부담 전가 정책될 가능성 커
사회 중추역할 맞게 맞춤형 청년정책 시급
그러면 우리 청년들은 어떤가. 교문을 나서는 순간에 들이닥칠 취업난과 함께 기나 긴 실업의 기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알바를 하며 잠시 졸업을 유예하고, 또는 부모의 지원을 받아 카페를 차리거나 괴로운 현실을 잊기 위해 그들만의 인공낙원인 게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위안을 받는다. 양적 완화든 적극적인 복지정책이든 모두 미래 세대와 청년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실 근대의 여명기나 군사독재시절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였고,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세계를 주름잡는 일부 아이돌 그룹 외에는 사회를 주도하는 청년들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중추요, 미래다. 정년을 앞둔 시니어들의 노후대책도 중요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도 중요하나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맞춤형 청년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 우리 청년들이 짱구 아빠를 부러워하는 삶을 살게 만들면 안 된다. 청년을 살리자, 우리 아들과 딸들에게 희망의 푸른 날개를 달아주자.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