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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엽 인천본사 사회팀 차장
영국에 '레스터(Leicester)'라는 도시가 있다. 영국에서 11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상남도 창원시나 경기도 성남시 정도의 위상을 가진 지역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2016년 이전에는 이런 도시가 있는지 잘 몰랐다.

레스터라는 도시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이곳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 레스터시티 FC가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하면서부터다. 레스터시티 FC의 동화 같은 우승을 지켜본 전 세계 축구팬에게 레스터라는 도시 이름은 확실히 각인됐다. 축구 클럽이 도시 전체의 인지도를 끌어 올린 셈이다.

2019년 인천 남동구를 연고로 창단한 K4 리그 소속 클럽인 인천남동구민축구단(이하 FC남동)도 남동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해 FC남동이 개설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누적 조회 수는 13일 기준으로 48만3천여회에 달한다. 2011년 만들어진 남동구의 공식 유튜브 채널 남동TV의 누적 조회 수가 15만7천여회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린 셈이다.

남동구를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FC남동은 안타깝게도 창단 2년 만에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2019년 만들어진 조례에 따라 남동구가 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 올해 말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남동구는 지난달 열린 구의회에서 해당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구의회가 과도한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FC남동이 존폐기로에 섰다. 오는 19일 열리는 구의회에서도 조례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FC남동은 사실상 해제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50만 남동구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구의회가 구의 재정 상황을 우려하는 부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FC남동이 거두고 있는 무형의 홍보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FC남동이 계속 유지돼 레스터시티 FC처럼 좋은 성적을 거둬 남동구의 이름을 널리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팀 차장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