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인천의 쓰레기독립 선언은 거의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으로 보거나 준비 과정을 지켜보니 그렇다. 특히 서울에 주눅이 들지 않고 비로소 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 인천의 준비 방향이 옳다. 서울과 경기가 어찌하든 2025년 이후에는 인천 쓰레기부터 수도권매립지에 묻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래도 서울·경기 쓰레기가 계속 들어오려고 하면 그때는 시민들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태세다.
1992년부터 시작된 수도권매립지 제1·2 매립장은 이미 매립이 끝났고 지금은 제3 매립장의 한 귀퉁이를 사용 중이다. 인천은 이미 자체매립지 만들 땅을 매입해서 2025년 이후에는 내 쓰레기부터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하지 않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 본 기억이 없다던 변방 인천이 수도 서울을 향해 내가 하는 대로 당신들도 따라 하라고 직격한 것이다.
인천이 쓰레기독립을 선언하자 환경부와 서울·경기가 움직였다. 인천사람들은 크게 환영했지만 서울·경기 사람들은 방향은 좋은데 아직 현실은 어려울 거라는 반응이다.
나는 여태 서울 경기 인천사람들은 뭐니 뭐니 해도 수도권이라는 한 바구니 속에 든 계란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제 보니 인천 계란은 다른 바구니에 들어 있던 셈이다
물론 인천이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쓰레기독립을 선언한 인천의 의지는 단호하다. 인천이 비로소 요즘 유행하는 사자성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는 것 같다. 어느 도시도 지금껏 서울 일극을 상대로 이런 도전을 해 본 적이 없다. 쓰레기 독립선언으로 마치 인경대첩(仁京大捷)이 벌어질 분위기다.
혹자는 인천이 사면초가라고도 한다. 서울 경기 환경부가 공조 분위기이고 국영방송이나 보수신문들도 인천 편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그리 보인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게 아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역사의 흐름은 늘 주변에서 생긴다. 변혁의 주변이 기득권의 중앙을 무너뜨리고, 준비된 소수가 엉성한 다수를 밀어내며 인류 역사는 발전해 왔다.
인천 '2025년 매립지종료'선언 1년째다
명분이나 배수진 준비를 보니 성공할 것
나는 누구 여긴 어디 '仁京大捷' 분위기
서울·경기·환경부 공조에도 의지 단호
첫 조성·4자합의때 같은 실수 다신없길
돌이켜 보면, 인천은 두 번의 실수를 했다.
한 번은 수도권매립지가 인천에 처음 조성될 때였고, 또 한 번은 6년 전 환경부 서울 인천 경기가 모여 4자 합의를 한 때였다. 1986년 자체매립지가 없던 인천이 먼저 이곳에 매립면허를 신청했다가 88올림픽을 앞두고 난지도 매립장 포화로 다급히 대체매립지를 찾던 서울의 표적이 되었다. 게다가 쓰레기 묻힌 땅을 나중에 어디다 쓰냐며 소유지분 참여마저 마다했다가 그 대가를 지금까지 톡톡히 치르고 있다.
또 한 번은 지난 2015년 4자 합의에서 단서조항에 덜컥 동의한 것이다. 합의서를 보면 2016년 종료하기로 되어 있던 매립지 사용 기한을 연장하면서 몇 가지 선제 조치의 이행을 전제로 3-1공구(103만㎡)를 계속 사용하게 했다. 자체매립지가 없는 인천도 거기까지는 아마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하여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의 추가사용'까지 합의해 준 것은 패착이었다. 여기서 '불가능하여'라는 용어를 쓴 것은 못해서라는 말이 아니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매립 기술 진화 측면을 보더라도 반영구적 사용 연장에 동의해준 것이나 진배없었다.
결국 인천의 쓰레기 문제 종결이라는 본질적 접근은 어렵다고 보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관이나 매립면허권과 소유권 인수를 통해 인천의 영향력을 키우는 편이 현실적 이득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오판이 이제는 매립지 종료를 앞두고 사용연장을 주장하는 측에 명시적 빌미를 제공한 결과로 남았다. 더구나 이 단서조항 합의는 숙제성 선제조치들이 일부 이행되거나 이행 중이기만 해도 역으로 추가사용이라는 효력의 결정적 담보물이 된다는 사실도 간과한 것이었다.
더욱 아픈 것은 최근에 서울시장이 서울엔 땅이 없다고 한 말이다. 소각장 하나 더 지을 땅도 없다는 말일까. 알면서도 그랬다면 쓰레기 악당이 따로 없다. 이는 지난 30년간 고통받고 있는 인천시민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언사였다. 매립장의 악취, 소음, 분진, 반입차량 미세먼지, 침출수 그리고 주위에 밀집된 쓰레기 중간 처리업체들이 서울에만 없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인지 되묻고 싶다.
그래서 쓰레기 독립선언은 더욱 각별하다.
첫째는, 주변 도시 탈출의 서막이다.
도시기능과 비교해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인천 디스카운트의 주범이 쓰레기 매립장이다. 쓰레기 매립장은 인천이 서울의 주변 도시임을 증명한다. 인천의 서울을 향한 기여는 화력발전소, 가스저장탱크, 해양쓰레기까지 막대하다. 해방 후 70여 년간 인천은 서울의 주변 도시 트랩에 갇혀 있다. 그래서 쓰레기 독립선언은 주변 도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기폭제가 된다.
둘째는, 인천의 자존성과 자기 독립성을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다.
자존성은 어떤 계기가 형성되었을 때 도시 경쟁력의 중심이 된다. 쓰레기 독립이라는 도전을 통해 스스로 자부심과 독립성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인천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느니, 인천은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 본 적이 없다느니, 인천은 일류가 되려는 꿈을 꾸어 본 적이 없다느니 하는 비아냥을 떨쳐버릴 기회가 온 것이다.
셋째는, 껍데기 정리의 출발점이다.
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인천의 급소라고 부른다. 급소는 위험하기도 하고 중요하다. 과한 표현일 수도 있으나 인천의 급소들은 껍데기다. 인천에 있으나 인천이 아니니 껍데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 독립을 시작으로 공항 항만 공단의 알맹이 내재화를 시작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도 껍데기다. 인천 쓰레기독립을 기회로 이름도 바꾸고 새 업무영역을 찾아야 한다.
넷째는, 인천이 일류도시로 진입하는 현관이 된다.
쓰레기 감축과 재활용은 물론 소각재 재활용까지 그리고 발생지 처리원칙 같은 환경정의가 작동하는 도시를 우리는 세계적 선진도시라고 한다. 자체매립지 조성과 소각장 증설 등 시민들과 대립해야 하는 정책을 불사해서라도 환경정의를 바로잡겠다는 결기로 자원순환 선도도시로 진입해야 한다. 인천이 대한민국 쓰레기 자원순환정책을 이끄는 선도 도시가 되면 그것이 바로 일류도시가 되는 길이다.
그러나 인천의 도전에는 자기 의지와 함께 저항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인구 6천의 섬 영흥도가 자체매립장을 감내해 준다면 300만 시민들은 소각장 건설로 화답해야 한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이류에서 일류로,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결속해야 한다. 당신이 살면서 당신 자신을 위해 그리고 인천을 위해 진실해 본 적이 얼마나 되느냐고 쓰레기 독립선언은 시민들에게 묻고 있다.
아울러 여론의 우려와 잘못된 기대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인천시는 매립장 인근에 시장 집무실을 설치하고 추가사용을 위한 어떠한 실시계획 신청서에도 인천은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현장 의지로 이것들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실시계획 신청 자체가 없으면 만약에 있을 소송도 실효가 없다. 잔여부지로 제4 매립장이라도 쓰자고 하든, 지금 쓰고 있는 3-1공구를 계속 몇 년 더 쓰면서 해결해 보자고 하든, 인천이 선언한 매립지 종료 시점은 2025년이라는 불변을 지속해서 사전 고지할 의무가 있다. 차차 시민들의 행동이 가시화되면 소통을 위해서도 시장실이 거기에도 있어야 한다.
정부에 대한 입장 전달도 더 명료해야 한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대규모 대체매립지 공모를 한다고 서울·경기와 보조를 맞추는 환경부의 태도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만들 수 있다. 내년 선거가 코앞에 있는데 대규모 매립지와 소각장까지 집적한 매립지 공모에 응할 지자체는 없을 것이라는 게 공모 시작 전부터의 상식이었다. 2026년부터 생활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겠다는 최근의 발표도 2015년 4자 합의 때 이미 했던 말이다.
자존 회복·껍데기 정리·일류시 가는 門
매립정책의 吾喪我 관념적 타성 버려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인천이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타성일지도 모른다. 서울을 이길 수 있나? 서울이 고분고분 따라올까? 인천은 서울의 주변이라는 관념적 타성부터 버려야 한다.
장자 제물론에 오상아(吾喪我)란 말이 있다. 내가 나를 장례 지낸다는 말이다. 묵은 나를 새롭게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게 오상아를 쓰레기로 풀어쓰라고 하면 '구시대적인 쓰레기 매립정책을 장례 지내고 힘들고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다가오는 불안과 고뇌를 감내하면서 오래된 우리들의 타성을 버리고 일류가 되겠다는 부지런함으로 인천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쓰겠다.
인천이 인천인 이유는 인천에 있다. 인천은 인천이기만 할 때 위대하다. 인천시민의 날을 축하하며.
/박영복 전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