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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용인 반달가슴곰 농장에서 사육하는 곰들이 생활할 수 있는 생츄어리를 조성해달라는 청원글이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용인 사육곰 농장에 남은 15마리를 구해주세요!"

지난 7월 용인의 한 반달가슴곰 사육 농장에서 곰이 탈출했다. 농장주는 야생생물법 위반 (불법 증식) 혐의로 최근 검찰(9월 8일자 7면 보도='곰 탈출' 용인 농장주 檢 송치… 전시 관람용 곰 불법증식 혐의)에 넘겨졌다. 농장주가 유사한 혐의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아왔던 터라 국내 곰 사육 체계가 허술했다는 지적(9월 10일자 5면 보도='관리 사각' 사육 곰 "불법증식 처벌 강화해야")이 나온 데 이어 살아남은 곰을 위한 생츄어리를 조성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생츄어리는 동물들이 자연 서식지와 가장 유사한 형태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보호소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반달가슴곰 탈출로 논란이 된 용인 곰 농장 관련 청원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이날 오후 기준 2천122명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얼마 전 경기도 용인 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탈출해 사살당하는 일이 뉴스에 보도 된 뒤 농장을 어렵게 찾아갔다"며 "농장의 열악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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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들이 녹슨 철장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이어 "오물과 배설물로 가득한 땅, 숨을 쉴수없는 악취, 밥은 물론 물도 제대로 공급이 안되어있는 곰 철장 안과 찌는 듯한 더위에 아이들은 거의 죽기 일보직전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병들어 있는 듯 한 처절한 모습들을 봤다"며 "그제야 사살된 곰은 살기 위해 탈출 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용인시청에 민원을 넣어 기다림 끝에 (현장에) 나온 공무원들은 자기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이었고 곰 사육 허가를 내준 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에서도) 진행 중인 사건이라며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는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고 쓴소리를 했다.

청원인은 곰 농장 인근 생츄어리 조성에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용인시에서는 용인 에버랜드에 곰 생츄어리 조성을 요청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문제가 된 곰 농장에서 건축 허가, 환경 위생 등 여러 불법을 일삼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용인 곰 농장에 있던 98마리 중 26마리는 불법 증식된 개체인 것으로 환경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