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으로 인생이 판가름 나는 우리 사회에서 '시험 시장'의 규모는 엄청나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소득 스타 강사가 탄생하는 배경이다. 스타 강사의 원조는 1980~1990년대 참고서 시장을 석권한 3인방이다. 종로학원 강사였던 홍성대는 강의자료를 모아 출판한 '수학의 정석'으로 대박을 쳤다. 전북의 명문 상산고등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재력을 쌓았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도 경복학원 강사였다. 서한샘은 자신이 지은 '한샘국어'를 펼쳐 들고 "밑줄 쫙"을 외치며 TV 과외 시장을 석권한 뒤 유명세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았다.
학원 중심의 사교육 시장이 인터넷강의로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등장한 스타 강사가 바로 '1타 강사'다. '1등 스타 강사', '1타임 강사', '1번 타자 강사' 등 어원은 모호하지만 1타 강사들은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한다. 1타 강사에 몰리는 인강 수강생들이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계약금이 수십, 수백억원에 연봉은 100억원이 넘고 교재 판매수수료도 챙기는 1타 강사들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들이다.
1타 강사의 영향력은 대입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취업난에 공무원시험 시장이 커지자 공시족을 겨냥한 1타 강사 영입전이 치열하단다. 최근 수능시험 시장의 강자인 메가스터디가 공시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사 1타 강사를 영입하자 기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뿐 아니다. 공인중개사와 같이 응시생이 많고 합격 난이도가 높은 자격증 시험에도 1타 강사들이 즐비하다. 인터넷을 만나 만개한 1타 강사 전성시대는 시험 만능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최근 난데없이 '대장동 1타 강사'가 화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출마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대장동 비리구조를 강의식으로 설명하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얻은 별명이다. 화이트보드에 직접 필기하면서 대장동 비리 혐의자들의 관계와 역할을 익살과 풍자를 곁들여 설명하는데, 강의 솜씨가 인강 1타 강사 뺨친다. 비리의 꼭대기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는 결론은 수위가 높다.
원 전 지사는 대장동 1타 강사 캠페인으로 당내 경선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는 모양이지만 이 지사나 민주당에겐 뼈 아플 수밖에 없다. 1타 강사엔 1타 강사로 맞설 수밖에 없으니, 여권에서도 대장동 1타 강사가 출현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