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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이래 최초의 염하수로 자유항행에 참석한 이인영(왼쪽 두 번째) 통일부 장관과 (왼쪽부터)박상혁 국회의원, 정하영 김포시장, 신명순 김포시의회 의장, 김주영 국회의원이 항행 끝자락 한강하구 중립수역 앞에서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다. 2021.10.13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저기 선명하게 보이는 땅이 북한입니다."

금단의 물길이 열리자 승선객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비록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한강하구 중립수역까지는 진입할 수 없었지만 강화대교를 통해 중립수역 500m 직전까지 염하수로를 자유 항행한 건 휴전 이래 최초의 일이었다. 북측도 주시하고 있을 지점 위에서 우리 측 선박은 평화의 음악을 틀고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13일 오전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에서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염하수로 자유항행이 이뤄졌다. '평화의 물길열기'라는 수식이 붙은 이 행사는 지난 1일 개막한 김포평화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퍼포먼스였다.

이인영 장관·정하영 시장등 승선
평화의 음악 틀고 태극기 흔들며
김포평화축제서 '핵심 퍼포먼스'


민간선박이 단 한 차례도 통과한 적 없는 강화대교 북쪽으로의 항행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정하영 김포시장, 신명순 김포시의회 의장, 김주영·박상혁 국회의원 등이 승선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국방부 관계자와 서포터스 등도 대거 참석했다.

아침 일찍 현장에 모인 이들은 퇴역군함을 리모델링한 대명항 함상공원에서 간단한 기념식을 치렀다. 승선에 앞서 이인영 장관은 "한강하구는 말 그대로 중립수역으로서 대북 제재의 유연한 적용을 모색하는 등 남북 협력을 구상해 가는 데 있어 새로운 접근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열린 공간"이라고 행사에 의의를 부여했다.

또 정하영 시장은 "김포강화해협(염하수로)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면 조강이 나오는데 그곳은 DMZ가 아니라 남북 민간인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중립수역이다. 민간인들의 만남이 김포땅 조강에서 펼쳐질 때 비로소 남북 관계는 개선되고 교류협력의 항행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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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의 평화문화사업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정하영 김포시장. 2021.10.13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행사에는 74인승 40t급 선박이 동원됐다. 오전 9시30분께 항행을 시작한 선박은 강화대교 하단에서 약 30분간 수심이 차오르길 기다렸다가 다시 북상했다. 선상에서는 정현채 김포시사 편찬위원과 이시우 평화운동가가 한강하구와 평화의 의미에 대해 강연했다.

이윽고 선박은 중립수역 내 유도 앞 고요한 물길 위에 멈춰 섰다. 선박 앞쪽으로 모여든 승선자들은 벅찬 표정으로 다시 접하기 힘들 광경을 생생하게 눈에 담았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이 장관은 김포의 평화문화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정 시장으로부터 한강하구 철책철거 계획을 들은 그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철거된 철책으로 조형물도 만들고 일반인들이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장신구 등으로 일상화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좋을 때만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이 일상에 정착돼 뿌리가 튼튼해져야 한다"며 "북녘이 바라다보이는 걷기코스가 열리면 특별한 가치를 찾아 걷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8면(파주~강화 70㎞ 수로… 민간선박 통행 철저 차단)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