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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PGA 투어 US오픈 우승자 브라이슨 디샘보(미국·28)는 드라이브샷 거리가 330~340야드를 넘나든다. 장타를 날리기 위해 88㎏이던 몸무게를 108㎏으로 20㎏이나 늘렸고, 46인치 넘는 드라이버를 장착했다. 보디빌더처럼 벌크업을 한 그를 보고 팬들은 '헐크처럼 옷이 찢어질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올해엔 PGA 정상급 선수로는 처음으로 '롱드라이브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해 8강까지 올랐다.

시니어 무대를 밟아야 할 필 미컬슨(미국·51)은 메이저대회인 2021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웠다. 소감을 묻자 "47.5인치짜리 드라이버샷으로 줄어든 비거리를 늘린 게 효과를 봤다"고 했다. 평균치보다 1인치 이상 긴 드라이버로, 20·30대와의 대결에서 고령(高齡)이란 핸디캡을 극복한 것이다.

2022년부터 길이 46인치 이상 드라이버는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세계 골프 규칙을 공동으로 관장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와 R&A(the Royal & Ancient golf club, 영국왕립골프협회)의 결정이다. 현행 드라이버 길이 한도 48인치보다 2인치를 줄인 것이다. 프로 대회는 물론 아마추어 대회도 예외가 없다고 한다.

두 단체는 선수들의 비거리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 못마땅하다. 골프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장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때려놓고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는 '봄 앤드 가우지'(bomb and gouge) 방식의 게임은 골프가 아니라고 본다. 장타를 앞세운 골프에 대응해 코스 전장을 늘리면 덩달아 비용이 오르게 돼 골프의 저변을 갉아 먹을 것이라 우려한다.

긴 드라이버는 비거리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확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상존한다. PGA투어에서 46인치가 넘는 드라이버를 쓰는 선수가 극소수인 이유다. 필 미컬슨, 브라이슨 디샘보, 딜런 프리텔리(남아공) 정도다. LPGA투어에서는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유일하다.

두 단체는 드라이버 길이만 아니라 헤드 크기도 460㏄ 이하로 제한하고, 볼 반발력도 낮추려 한다. 다행인 것은 비거리를 중시하는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런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거다. 다만 48인치 드라이버를 프로처럼 다루려면 그만한 훈련량은 각오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