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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위드(with) 코로나' 방역체계를 실행할 준비에 들어갔다. 통제와 규제 중심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을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역으로 전환한다는 얘기다. 위드 코로나 방역은 확진자 보다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축소에 집중하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방역체계이다. 백신 접종완료율이 집단면역 수준에 이른 국가들이 이미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이달 말이면 우리도 위드 코로나 방역 수준의 백신 접종완료율에 이를 것으로 자신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0년 1월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일상회복의 첫걸음을 떼는 것으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기나긴 방역전쟁의 끝에서 찾은 평범한 일상이 꿀처럼 달콤할테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방역전쟁에서도 수 많은 희생자들을 남겼다.

질병관리청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2천660명. 정부는 지난 6월쯤부터 위중증과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올봄과 여름까지 이어진 백신 춘궁기에 백신만 있었으면 사망하지 않았을 생명들이 적지 않았다는 자백과 같다. 백신 전쟁에서 느긋하게 허세를 부린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 착오는 코로나19 백서에 꼭 담겨야 한다.

이뿐 아니다. 전쟁터의 유탄은 곳곳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했다. 무너진 생계에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 22명의 합동분향소가 국회 앞에 차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숨진 이들의 합동분향소를 경찰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막아섰다가 여론의 분노를 자초했다. 화재, 해양사고 때마다 조의를 표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BTS와 외교일정을 소화했다.

최일선 방역전선에 동원된 공무원들과 의료진들의 희생도 눈물겹다. 연일 계속된 비상방역에 뇌출혈로 쓰러진 공무원도 있고, 과로의 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간호공무원도 있다. 백신 접종 후 멀쩡했던 사람이 사망했다는 억울한 호소가 그치지 않지만 당국은 좀처럼 백신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수십만명인 국가들에 견주어 K방역을 자찬할 일인지 모르겠다. 생명의 무게를 숫자로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는 모든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다. 격식을 갖춘 특별한 애도의 시간이 있어야겠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