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 인증서'를 받은 지 5개월 만에 '지뢰'에 발목이 잡히면서 관련 생태관광지 조성 계획이 전면 중단됐다.
지뢰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데다 폭우로 물이 불어날 때마다 유실 지뢰가 유입될 가능성이 상존, 이를 막을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잇단 지뢰폭발 인명피해… 폭우로 유실 유입가능성 막을 방법없어
고양시 공무원노조·시민단체들 "軍, '예고된 참사' 책임 전가 부당"
19일 고양시와 고양시 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장항습지 외래식물 제거와 환경정화 작업을 하던 50대 남자가 유실 지뢰를 밟아 발목이 절단됐다. 사고 지점은 2018년 민간인 출입 통제가 풀려 생태탐방로가 조성되던 곳이었다.
지난해 7월엔 장항습지 인근 한강변에서 지뢰 폭발로 70대 남성이 크게 다치고 두 달 뒤엔 고양시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 인근에서 M14 대인지뢰가 발견된 데 이어 다시 인명 사고가 생기자 시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M14 지뢰는 신관을 뺀 나머지를 플라스틱으로 제작, 금속탐지기로 찾기 힘든 데다 작고 가벼워서 쉽게 강물에 휩쓸릴 수 있다. 유실된 지뢰는 돌 틈이나 나무 사이 등에 끼어있어 수거가 힘들고 임진강이나 한강 상류지역 폭우 시 전방 지역의 매설 지뢰가 언제든지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산동부경찰서는 유실 지뢰를 알리는 위험 표지판을 부착해 달라는 군(軍) 당국의 요구를 담당 공무원이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최근 시와 한강유역환경청 공무원 5명을 지뢰 폭발사고와 관련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시 공무원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지뢰 제거와 안전관리 권한이 군에 있는데도 사고 책임을 지자체에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뢰 폭발 지점은 시민들이 생태체험과 환경정화 등을 위해 수시로 방문한 곳이어서 위험이 상존했다"며 "지뢰 없는 장항습지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양 시민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장항습지 지뢰 사고는 예고된 참사라며 공무원노조의 주장에 동조했다.
앞서 시는 올해 5월21일 장항습지가 람사르협약 사이트(wwww.ramsar.org)에 등재됨에 따라 이곳을 보전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장항습지센터 건립 등 생태공원화 사업 계획을 발표,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시는 장항습지 곳곳에 묻혔을 유실 지뢰의 위험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되자 생태공원화 사업을 강행할 수 없다고 보고 안전장치가 확보될 때까지 관련 사업을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람사르 습지 등록을 계기로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생태공원 거점 조성에 예산까지 서둘러 편성했는데 지뢰 위험이 커져 해당 사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