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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TV·SNS 등 미디어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출직 정치인들은 미디어에 자신을 어떻게 노출하고 또 어떻게 묘사될 것인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요즘 같은 시대 정치와 대중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인 미디어는 표심에 거의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제 정치인들의 논평·인터뷰 같은 사운드 바이트(sound bite)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표현수단이 되었다. 핵심을 간추리고 자신이 표현하는 10초~20초 내외의 간결한 멘트가 어느새 정치인의 역량과 자질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미디어들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는 것은 소망 사항일 뿐 거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기법은 사실을 보도하고 말하되 사실들을 입맛에 따라 골라서 말하며 정보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특정 판단을 유도하는 그런 방식이다.

대중의 지배를 뜻하는 민주주의는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인들이 고안한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민주주의 시스템은 다수의 독재(tyranny of majority)로 승자독식 구조인데다 다수가 항상 현명하고 바람직한 결정을 내린다는 보장이 없는 불완전한 제도다. 오스카 와일드는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곤봉 때리기"라 했고, 조지 버나드쇼는 "민주주의는 무능한 다수가 선거를 통해 부정한 소수가 지배하도록 만드는 제도"라 통탄했으며 윈스턴 처칠도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라 비판한 바 있다.

선거 뒤에 찾아오는 실망과 온갖 권력형 비리를 지켜보면서 현 선거제도와 정치제도를 보완할 획기적인 방법이 없나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기대한 것이 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TV토론 같은 검증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아직 완전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들은 미디어대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한 태도를 가져야 하며, 정치인들과 대선주자들도 이제는 정책 대결과 비전을 놓고 경합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장동 감사인지 경기도 국정감사인지 상호비방전인지 모를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감사는 없고 근거 없는 폭로와 비방만 있는 국정감사와 후보들의 TV토론을 지켜보면서 다가올 대선도 이런 방식으로 흘러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