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낸 테니스 선수 50명 중 12명이 경기도 출신. 그런데 경기도 선수단 소속으로 따낸 메달은 동메달 2개뿐이다.
경기도 테니스는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단체전에서 양명고 김형진 등 4명과 삼일공고 정택규로 꾸린 선발팀의 동메달, 여고부 개인 단식에 나선 오산G-스포츠클럽 김하람의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경기도 선수들의 금·은빛 메달을 앗아간 선수들은 역설적이게도 경기도의 아들·딸들이었다. 경기도 출신 테니스 꿈나무 10명(여 5, 남 5)이 '엑소더스'를 감행해 '경기'를 새기고 대회에 나선 경기 선발팀을 주저앉혔다. 전력 이탈에도 불구하고 메달을 따낸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는 게 경기도테니스협회의 후문.
체전메달 50명중 12명 경기도 출신
선수단 소속 따낸건 동메달 2개뿐
당국 정책 부재·초중고 연계 실패
남고부 단체전 준결승에서 도 선발팀은 서울고 팀에 1-3으로 졌다. 출전한 서울고 선수 5명 중 3명이 경기도 자원이었다.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강원 대표 양구고 5인방 중 1명도 경기도에서 운동을 하다 떠난 학생 선수였다. 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손연우(서인천고)도 도를 떠난 선수다.
여고부 메달리스트 중에선 5명이 '경기도를 떠난 학생 선수'다. '파워 테니스'를 구사하는 김하람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 삼을 선전이었다.
김하람은 신장 170㎝에서 나오는 힘과 빠른 발로 준결승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고부 단식 1인자' 경북여고 강나현에게 세트스코어 0-2(2-6, 2-6)로 패배했다. 대신 기량 향상 속도가 매우 빨라 다음 체전이 더 기대된다.
도테니스협회는 고교 테니스 선수의 경기도 대거 탈출 원인으로 교육 당국의 엘리트 체육인 육성 정책 부재와 초-중-고를 잇는 선수 수급 연계 실패를 꼽았다.
교육부의 2021년 학생 운동부 관리방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 꾸준히 엘리트 체육인 육성에 제동을 걸었다.
훈련이나 대회 참가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일수가 올해 초등 10일, 중등 15일, 고등 30일로 지난해(초등 20일, 중등 30일, 고등 40일)보다 확연히 줄었다. 대회도 주말이나 공휴일에 몰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회를 포기하는 선수들도 상당수다.
선수 수급 문제 역시 비상이다. 한국 테니스 최초 메이저 4강 신화를 쓴 정현의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는 2011년 17명에 달했던 소속 학생 선수가 올해는 6명, 내년에는 1명 더 줄어든 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로 방역지침이 강화된 가운데 수도권만 타 광역지자체보다 훈련에 제약이 커 엘리트 체육인을 꿈꾸는 학생 선수들을 '타의적 이탈'로 떠밀었다는 해석도 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