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투기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주도한 세력이 과연 다주택자 혹은 투기(투자)세력인지 여부다. 주택 소유자를 구분하는 방식은 1주택자, 2주택자 그리고 3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다. 통계청에서 각각 소유한 비율을 살펴보면 1주택자가 약 90%, 2주택자가 2~3%,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7~8%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이 중 다주택자에 해당하는 10%가량의 사람들이 주택을 불필요하게 더 소유해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정권 초기 나름의(?) 확신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주택 실수요자 우대' 명분
종부세기준 공시가 11억으로 상향
양도세면제도 실거래 12억↑ 예정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은 9할을 차지하는 1주택자와 소수의 다주택자가 섞이면서 가격 움직임과 방향성이 달라지는 곳이다. 1주택자라고 해서 반드시 투기적 성향이 없다고도 볼 수 없으며 반대로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라고 해서 반드시 투기자도 아니다. 이른바 다주택자가 똘똘한 한 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장의 역설이다.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들소처럼 한 방향으로만 내달리는 1주택자들이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일부 1인이나 1가구 혹은 1법인이 수백~수천 채의 주택을 소유해 시장을 일부 왜곡하는 요인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월세(임차)시장, 매매시장이 각각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면 다주택 소유자에 의한 주택 소유가 당장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의 전월세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투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확언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노후 생활자금을 목적으로 임대사업을 하시는 다주택자가 반드시 투기적이라 볼 수 없으며,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부터 상속을 통해 주택을 다수 소유한 사람도 있으며, 서울 강남의 집 한 채(30억~40억원) 자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다세대 혹은 연립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있다. 또한 규제 대상인 2주택자지만 개인 사정에 따라 하나는 본인이, 또 하나는 직계존비속이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는 것처럼 3자녀 이상의 다자녀 가구의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경우도 있다. 즉 다주택자라고 해서 반드시 투기적인 혹은 적폐 대상으로 삼는 부분에서 관점의 불합리성이 상당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세금·대출 우대하면 할수록
'매물잠김' 더 심화될 가능성 높아
결국 정부가 사회적으로 다주택자를 나쁜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사회발전을 위한 세금을 많이 내는 국민의 하나로,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 관점에서 당당하게 인정하는 것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 더 이롭다는 의미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정부의 최초 의도대로 다주택자가 주택을 모두 정리한 다음 똘똘한 한 채만 남기는 경우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까. 정부는 1주택 실수요자 우대를 명분으로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공시가격 11억원으로 올렸으며, 양도세 면제 기준은 실거래가 기준 12억원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1주택자를 세금과 대출에서 우대하면 할수록 똘똘한 한 채가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매물량이 과거보다 줄어드는 매물잠김(의식주인 주거 문제는 하나만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매도하기 어렵다)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공급량 확대를 통해 수요를 통제하지 않고 대출과 세금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찍어누르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매물이 적어진 시장에서는 소수의 물건을 두고 무주택 실수요자와 갈아타기 수요자(비주택→주택, 비아파트→아파트, 구축→신축, 소형→중대형 등등)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 가격이 더 뛰거나 비싸진 가격에 어쩔 수 없이 외곽지로 밀려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사회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의 말처럼 정부의 의도는 선했으나 실제 결과는 악하게 나타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