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유류비 부담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20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한 주유소. 이곳에서 만난 장낙범(63)씨는 "주유소 오기가 무섭다"며 말문을 열었다. 서울로 출퇴근하며 판촉물 영업을 하는 장씨는 매일 아침 차에 기름을 넣는다.
장씨는 "이 주유소가 동네에서 저렴한 편에 속해 10여 년째 여기만 오는데, 요즘은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며 "기름을 안 넣을 수도 없고, 부담이 정말 크다"고 했다.
한 달 만에 기름을 넣으러 왔다는 송모(61)씨도 영수증을 보며 비싼 기름값을 체감했다. 송씨는 "기름값이 많이 나올까 봐 평소엔 40ℓ씩 넣는데 오늘은 30ℓ만 넣었다"며 "주유소 올 때마다 가격이 올라있다"고 말했다.
7년만에 수직 상승 LPG 가격도 3년사이 급등세… 시민·택시기사 울상
지구촌 위드코로나 선언이후 유류수요 늘었는데 OPEC+ 기존생산 유지
연말까지 상승세 이어질듯… 정부 '유류세 인하' 빠르면 다음주 중 조치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0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738.11원이다. 인천은 이보다 비싼 1천746.72원을 기록했다. 인천에서 가장 비싼 곳은 ℓ당 1천998원으로 2천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천700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말 이후 7년 만이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5월 1천200원대로 떨어졌던 휘발유 가격은 1년 5개월 만에 38% 올랐다. 경유 평균 가격은 20일 기준 1천536.36원으로 지난해 5월(1천66원)보다 44% 인상됐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등한 배경엔 '국제유 오름세'가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과 함께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각국 생산·소비 등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유류 수요는 증가했지만 생산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기존에 세웠던 생산 계획을 유지하기로 해 연말까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부분 택시가 사용하는 수송용 LPG 가격도 20일 기준 981.38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택시 기사 이승열(63)씨는 "보험료, 소비품, 타이어 등 고정 지출은 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손님이 줄어 대출받아 살고 있다"며 "LPG 가격이 자꾸 오르는 바람에 연료비 부담이 매달 20만원 정도 늘었다. 서민에겐 큰 금액"이라고 하소연했다.
유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시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달 중 유류세 인하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유류세 인하 방안을 묻자 "국내 휘발유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고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어 유류세 인하를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 발표하느냐는 서 의원 질문에는 "열흘 이내, 다음 주 중에는 조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