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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오늘 제76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어제 명예 경찰관 승진 및 신규 위촉 인사를 발표했다. 배우 김영철은 명예 지구대장(경정), 다수의 경찰 드라마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는 명예 과학수사팀장(경감), 영화 '범죄도시'의 감독 강윤성은 명예 강력팀장(경감)으로 신규 위촉했다. 하지만 이날 명예 경찰관 인사의 백미는 영원한 수사반장 최불암의 치안감 승진이다. 보직은 명예 형사국장이다.

'수사반장'은 MBC가 1971년 첫 방송을 시작해 1989년 완전 종영될 때까지 880회 방영된 한국 수사 드라마의 전설이다. 지독한 골초인 박 반장(최불암)이 세 형사(김상순, 조경환, 남성훈)를 지휘하며 범인을 추적하는데, 실화를 소재로 한 온갖 범죄들은 당시 세태를 보여주는 미시사에 가깝다. 강렬한 오프닝 음악이 울릴 때쯤이면 온 가족이 모여 정황과 증거를 따라 발로 뛰는 형사들의 진정성에 공감하며 손에 땀을 쥐고 집중했다.

당시 꼬맹이들은 '수사반장'과 '형사 콜롬보'를 두고 누가 더 나은지 옥신각신하기 다반사였다. 둘 다 단벌 트렌치코트를 입고 골초이지만, 직관적인 수사반장과 논리적인 콜롬보의 수사 스타일을 두고 편을 갈라 끝도 없이 설전을 벌였다. 형사 콜롬보 피터 포크는 2011년 작고했다. 반면 수사반장 최불암은 명예경정에서 시작해 총경, 경무관을 거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이면 시·도경찰청장도 될 수 있는 계급이다. 수사반장의 부전승인가.

김창룡 경찰청장은 명예 경찰관 승진, 신규위촉에 대해 "경찰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데 대한 감사"라 했다. 그러나 드라마와 영화에는 독직 경찰들도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영화 '아수라'의 한도경, '악질경찰'의 조필호 형사처럼 사적 이익을 위해 범죄를 감추고 조작하며 범인과 협력하는 캐릭터들이다. 허구라지만 현실의 반영이다. 경찰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신뢰와 불신 사이를 오간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 수사반장 최종회에서 박 반장이 남긴 명대사다.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퍼지는 반사회적 범죄를 경고한 것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빌딩은 더 높아졌고 그림자는 더 길어졌다. 범죄는 더욱 흉포해졌고 교묘해졌으며 범죄수익은 천문학적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자치경찰 원년이다. 새롭게 탄생한 경찰이 국민의 수사반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