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서 살아보니 참 좋아요."
21일 오전 10시께 찾은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한 아파트. 발달장애인 허경림(36·여)씨는 3년 동안 살던 장애인 거주시설을 나와 이곳에서 2년 6개월째 자립해 생활하고 있다.
허씨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라는 곳에서 교육을 받으며 혼자 사는 방법을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그렇게 지난 2019년 자립 생활을 시작한 그도 입주 초기엔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혼자 자는 게 무서워 센터 직원들이 밤을 함께 보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청소와 설거지 등을 거뜬하게 해내는 등 그야말로 살림꾼이 다 됐다.
허경림씨 2년 넘어 '어엿한 살림꾼'
센터 교육 '혼자 사는 방법' 배워
허씨는 장애인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시설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했다고 말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는 등 통제에 따라야 하는 부분이 허씨가 자립생활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시설을 나와서는 자유롭게 지인도 만나고, 뮤지컬을 보는 등 문화생활도 틈틈이 하고 있다. 허씨는 혼자 살아보니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참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허씨처럼 시설 퇴소 장애인이나 재가장애인(일상생활이 어려워 집에 머무는 장애인) 중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각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홈'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4개월 동안 지내며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배우는 이들이 있다.
센터 직원들이 수시로 체험홈을 찾아 자립 생활을 설계하는 '코디'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에는 이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10곳이 운영 중이다.
인천에 주택 8가구·센터 10곳 운영
'장애인 탈시설' 차가운 시선은 과제
허씨를 지원하고 있는 배은진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자립 생활을 하는 장애인에게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호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도 지난 6월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를 열어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 센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와 협약을 맺고, 장애인 지원 주택 8가구를 공급해 첫 입주자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일환이다. 오는 2025년부터 매년 740여 명의 시설 입소 장애인을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장애인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거주시설은 경직된 운영으로 장애인의 다양한 서비스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데다 지역사회와의 단절이나 인권침해 등의 문제도 있어 점진적으로 '장애인 탈시설'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입주 초기엔 직원과 밤 함께 보내
지인도 만나고 틈틈이 문화생활
하지만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에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자립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지낼 시설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또 장애인들이 자립 생활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재원 인천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장은 "장애인 탈시설은 개인 인권 보호를 위해 꼭 실현해야 하는 정책"이라면서 "정책 구상 초기 단계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