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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삼국시대 초 백제 시조 온조왕 13년에 현재의 하남시 춘궁동 일대를 도읍으로 정하고 '하남 위례성'이라 부른 이래, 백제 근초고왕 25년까지 백제의 도읍지였던 하남은 예로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다 보니 문인들의 작품 속 영감의 대상지로 많이 거론됐다.

하남은 현재도 근대 소설가 및 문인들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있는데 소설 '추월색'으로 유명한 최찬식 선생과 소설 '스리'를 쓴 법학자 유진오 박사의 고향이다. 또 황순원 작가의 소설 '일월'의 무대이면서 모윤숙 시인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시상을 떠올리게 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1930년대의 농촌 현실, 궁핍한 모습을 특유의 해학과 웃음, 순박한 토속 언어로 풀어낸 문단의 보물이라 일컫는 김유정(1908~1937) 선생이 기거하다 타계한 곳이 하남이다. 현재까지도 조카들이 세거하고 있다. 짧은 생애 동안 그가 실제로 작품 활동을 한 기간은 불과 4~5년밖에 되지 않지만 대표작 '소낙비', '봄봄', '산골나그네', '동백꽃' 등 주옥같은 30여 편의 단편으로 우리 문학사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업적을 기리는 '김유정문학촌'은 그가 태어난 고향인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해 있다.

비록 작품성만 놓고 보면 하남시와 소설가 김유정을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김유정 선생이 춘천실레마을에서 태어나 옛 이름 광주, 하남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만 놓고 보면 작가의 동선에 따라 하남의 특정 지역이 창작의 모티브로 사용된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소설가 김유정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하남의 문화적 정체성 역시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