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빠르고 무섭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잦은 대형 산불, 예상치 못한 폭염, 하늘에 큰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국지적 대홍수, 혹독한 한파, 가뭄으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본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24절기를 지표로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농작물을 관리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 절기가 무색해졌고, 날씨를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 농업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기후위기는 농업에 큰 위기이며 이는 식량 위기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이변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어린이들에게 더 끔찍하고 빈번하게 찾아올 것이 예상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면서 이미 잘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순무는 썩고 장준감은 수확 반토막
한파특보 발효후 가을이 사라진 듯
24절기 농사·날씨 예측도 어려워져
스웨덴의 한 아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기후위기에 관해 배우게 된다. '지구가 왜 더워지는지, 왜 북극 얼음이 녹는지,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어떤 위험에 놓여 있는지…'. 그 이후,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이 이 아이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당장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오랜 생각 끝에 학교에 가는 대신 스톡홀롬에 있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시위를 시작한다. 지구를 위한 등교 거부였다. 이후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외로운 시위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난 9월24일 금요일에는 글로벌 기후파업(GLOBAL CLIMATE STRIKE)이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9월25일 늦은 3시에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1인 시위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아직까지는 툰베리의 활동으로 기후 변화에 관한 정책을 직접적으로 바꾼 정부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소녀의 조용한 외침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림책 '그레타 툰베리가 외쳐요!(자넷 윈터 글·그림, 정철우 옮김/꿈꾸는섬 출판)'에서 그레타 툰베리를 시작으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외치고 있다. '지구가 아파요', ' 기후야 변하지마, 우리가 변할게', '변명은 이제 그만!', '미래를 빼앗지 마라'라고.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세계기후변화
2050 탄소중립 머뭇거릴 때 아니다
지난 10월18일 우리 정부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타당성에 대해서 일부 환경단체와 기후위기대응 캠페인을 하는 시민들은 실질적으로 기후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도가 급속도로 깊어지고 있음에도 녹색성장이라는 명목하에 본질적인 부분을 변화하고자 하지 않고 겉표지만 녹색으로 칠하는 형국인 것이다.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로 인류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윤을 위해 필요보다 많이 생산하고 소비를 선동하는 자본주의적 성장 체제를 변혁해야 할 것이다. 즉 사회 전체적 구조의 변화를 요한다.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이 너무나 절실한 때이다.
암흑의 시계가 12시라면 우리는 지금 9시47분에 서 있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