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학업을 성취할 수 있을 겁니다.

학교는 학원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세계가 있습니다. 선생님과 동급생뿐 아니라 선배와 후배가 있고, 등교 시간과 하교 시간·방학·복장 규정 등 따라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자신과 나이, 성별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고, 또 지식을 배웁니다. 요컨대 학교는 지식이 아니라 사회를 가르치는 장입니다. 10년 이상의 정규 교육과정을 졸업하고 성인이 된 시민들은 자연히 사회생활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이유에서 학교는 '학생자치'라는 제도를 운영합니다. 반장·부반장·회장·부회장을 직접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지웁니다.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은 대표자로 선출된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맡겨진 책임을 다하는지 지켜보며 일정 기간이 되면 새로운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인 '투표에 의한 대표자 선출'을 자연히 습득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과거와 달리 우리는 우리의 대표를 직접 뽑을 수 있습니다. 다수결에 의해 선출된 대표는 시민들에 의해 권한이 부여되고 그 권한을 일정 기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에선 '투표' 행위를 보완하는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감사는 투표를 보완하는 제도
'도' 단위 사무 대상 감독·검사


'감사'라고 하는 제도입니다. 고맙다는 뜻의 감사가 아니라 감독하고(監) 검사한다(査)는 뜻의 '감사'입니다. 대개 감사는 1년에 한두 차례 합니다. 대개 국회의원이나 경기도의원, 시·군 의원에게 감사 권한이 주어지는데 이들은 선출된 행정 파트의 대표를 감독하고 검사합니다.

군 단위에선 군수, 시 단위에선 시장, 도 단위에선 도지사의 사무가 감독하고 검사하는 대상이 됩니다. 쉽게 말해 군수·시장·도지사가 일을 잘하는지 잘못하는지를 1년에 몇 차례 정기적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정책을 집행하는 경기도교육청도 감사 대상입니다.

지난주 뉴스를 본 사람이라면 '국정감사'라는 말, 혹은 이를 줄여 '국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바로 이 국정감사, 국감이 앞서 설명한 '감사' 제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주 국정감사를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국회의원들이 경기도에 대한 국감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경기도 국정감사의 대상은 경기도지사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경기도는 도민들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반면 3월 대선 앞둬 정치 쟁점
물류센터 화재 등 질문 사라져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는 대통령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두고 정치 쟁점을 주로 논했습니다.

바로 여러분인 도민들에 영향을 주는 경기도 정책이 실종된 국감이 됐습니다. 경인일보 10월19일자 1면에는 "'대장동 공방' 되풀이… 경기도 현안 묻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선 정국 속에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은 결국 '대장동 국감'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한국 언론 지상은 온통 '대장동 의혹'이었습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선 언젠가 이 지면을 통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장동 의혹의 내용을 차치하고, 시기만 본다면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을 했던 시절인 2010년부터 2018년 사이가 무대입니다.

대장동 자체도 성남시에 소재한 동네여서 경기도 전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대장동 의혹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이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이슈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그 소재를 국감에서 다뤄야 했을지는 의문인 것이죠.

10월20일자 19면에 실린 경인일보 사설은 "정책 질의 실종 경기도 국정감사 왜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사설에서 경인일보는 "지난해 한 언론사는 '정책 검증은 없었고 이재명 때리다 끝난 경기도 국감'이었다고 평했다. 이날 국감의 도정 질문은 서영교 위원장의 이 지사의 기본소득 시리즈에 관한 질문이 거의 유일했다. 올 한 해 경기도정을 두고 질의할 내용이 이렇게 없었는지가 의문이다. 청년기본소득과 재난기본소득, 청년면접수당 등 기본소득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했다. 소중한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쿠팡 물류 화재사건도 다뤄져야 마땅하다. 이 밖에도 도내에 산적한 현안이 많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매년 해왔던 맹탕보다 더한 정책 실종 국감이 돼버렸다"고 꼬집었습니다.

경기도 국감은 18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20일 국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1일자 1면 기사 제목은 "'방탄 여당' vs '무능 야당'… 오명만 남긴 경기도 국정감사"이었습니다. 대장동 의혹의 무게와 파급력을 생각하더라도 경기도 국감이 정쟁 일변도로 흐른 건 아쉬운 일입니다.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불과 반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선은 한국에서 가장 큰 정치판이라고 불립니다. 허나 시민의 삶, 도민의 생활은 대통령이 바뀐다고 천지개벽하듯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정책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이 때문에 정책 국감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감사가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경기도 국감, 이대로 괜찮은건가요.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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