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태어난 김애란 작가의 단편 소설 '달려라 아비'를 지난 22일 인천 청라의 복합문화공간 '청라블루노바홀'에서 연극으로 만났다.
각색과 연출은 뮤지컬 '아랑가'의 작가 김가람이 맡았고, 배우 이휴와 정영주가 각각 딸과 엄마를 맡았다. 장두환은 '멀티맨'으로 무대에 올랐다. 1시간 15분 정도 길이의 공연이었다.
소설 '달려라 아비'는 많은 이들이 김애란 작가의 수작으로 꼽는다. 이 작품을 뒤늦게 접한 기자도 무척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잊히지 않는 소설을 배우의 음성과 몸짓, 무대가 결합한 공연으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랑가 작가' 김가람 각색·연출 맡아
인천 공공 문화예술기관 협력 첫 사례
'수도국산' 대사 '인천역' 사진 아쉬워
연극은 "달리기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래요"라고 말하는 딸의 대사로 시작했다.
배우 이휴의 첫 대사와 함께 1인칭 시점의 문학 작품이 어떻게 연극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 비로소 텍스트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고 연극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목소리와 억양, 몸짓으로 만나는 '텍스트'는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내뱉은 엄마의 "잘 썩고 있을까?"라는 대사는 느낌이 달랐다. 희곡이 아닌 소설 속 텍스트를 효과적으로 소화해 낸 배우의 빼어난 연기가 매력적이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비좁은 단칸방이면서, 택시 기사 일을 하는 엄마의 일터인 도시 한복판이기도 했고, 후쿠오카를 지나 보르네오섬을 건너 그리니치 천문대를 향해 가는, 스핑크스의 발등을 돌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거쳐 과다라마 산맥을 넘어서 달리는 아버지의 '달리기 트랙' 역할도 해야 했다.
첨단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효과적인 무대 장치도 이번 작품의 볼거리였다. 다만, '인천 수도국산'이라는 대사와 무대 배경의 '인천역' 사진을 억지로 넣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극 '달려라 아비'는 인천문화예술회관, 부평구문화재단, 서구문화재단 등 인천의 공공 문화예술기관들이 협력한 첫 사례다.
또 서구 청라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인 '블루노바홀'의 개관을 알리는 공연이기도 했다. '처음' 타이틀을 갖는 공연이 인천 출신 작가의 작품이어서 더욱 소중하게 생각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