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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지난해 7월 재선 행보에 여념이 없는 작은아버지를 저격했다. 임상심리학 박사인 그녀가 트럼프 가문의 어두운 가족사를 담은 신간을 통해 트럼프를 '소시오패스'라고 단정한 것이다. 그해 말엔 트럼프가 대선 패배에 불복하자 "이 사람은 승리를 너무 중요시해 거짓말, 반칙, 강도질을 동원해서라도 이기려고 한다"며 작은아버지를 법정에 세울 것을 주장했다.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병명이 아니라 심리학 용어이다. 둘 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보이지만 사이코패스가 선천적인 반면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이라고 한다. 즉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악마인 걸 모르는 악마이고, 소시오패스는 자신이 악마인 걸 아는 악마라는 것이다.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목적 달성을 위해 병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도덕성이 없으며 규칙을 위반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하며, 우월감이 지나치고, 사람을 도구나 물건으로 여기며, 피해자를 길들이는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는 평소에 만나기 힘들지만 소시오패스는 인구 100명당 4명꼴로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직장마다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고 상사와 부하를 이용하는 야심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모욕적인 질문들이 난무하는 압박면접이 소시오패스를 선발할 수 있다는 심리학자 김경일의 경고는 그럴듯하다.

각 분야에서 정상에 선 초엘리트들 중에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히틀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종청소를 벌였고, 트럼프는 수많은 거짓말로 지지자들을 길들였다. 피도 눈물도 영혼도 없는 재계의 거물들도 즐비하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 강윤형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해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경향을 띠고 있다"고 말해 난리가 났다. 여당은 황당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반면 원 전 지사는 "대선 후보의 정신건강은 공적 영역"이라며 물러설 기미가 없다. '형수 욕설사건', '대장동 사태',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개 사과 파문' 등 각종 사건, 의혹을 빌미로 상대방을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낙인찍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기승을 부린다. 이러다간 대선 정국이 소시오패스들의 경연장이 될 판이다. 국민에겐 불행도 이런 불행이 없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