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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를 이미 치르고 있다. 각 정당들은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내부 경선의 과정에 있다. 정당의 당원이나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정당 경선과정에 참여하면서 잠재적인 예비후보들을 둘러싸고 온갖 논란들을 일으키고 있다. 도덕적 검증의 와중에 다양한 이슈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사법적 판단을 거쳐 규명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게 처리하거나 꼬리 자르기를 하거나 나중으로 미뤄지기도 한다. 과거 수서사건이나 BBK사건, 그리고 현재의 대장동 사건 등처럼 뒤로 미뤄지거나 최소한으로 무마된다. 그 결과 유권자 시민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곤 한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 여당 지지자의 80%는 '국민의힘' 게이트라 생각하고, 야당 지지자들의 80%는 이재명 게이트라고 생각한다. 사법적인 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쉽게 그 향방을 알 수 있고 그와 관련된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도덕적 결함이나 법률적 일탈을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과 국민들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물론 이러한 이슈들은 정치적 지지의 제한된 기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무슨 판단 기준을 가지고 정치인이나 정당을 신뢰하고 지지하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국민도 경선 참여… 이미 대선 돌입
대부분 이슈 사법적규명 가능 불구
모호 처리·지연·꼬리 자르기 무마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기로는 대한민국은 저신뢰국가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사법체계 등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의 수준도 OECD 최하위권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탓인지 사기, 무고, 위증 등의 범죄가 가까운 나라 일본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지지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가능할까. '역사의 종말'의 저자로 유명한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경제 활동의 대부분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나며 사회적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언급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세계사적인 경제발전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경찰, 변호사, 보험회사와 같은 공적제도의 보호를 우선시하는 미국인들과 달리 경찰과 검찰에 아는 지인을 찾는, 이른바 개인적인 연고의 사회적 자원을 찾는 한국인들은 어떻게 공동체와 사회규범을 만들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는 공적 신뢰가 결핍되어 있고 연고주의에 기반한 사적 신뢰에 묶여 있다고 판단된다. 정치인을 보는 시각도 그의 정치적 능력과 정책적 구상에 대한 신뢰보다는 나 자신과의 연고, 가령 학연 및 지연 등을 중심으로 한다고 보여진다. 민주주의 운영에 있어서도 정부기관 간의 견제와 분립을 제도화하고 국민이 통치권을 견제하는 방식을 중시하는, 즉 수평적 통제와 수직적 통제를 제도화하는 서구적 방식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최고권력을 정점으로 정부 기관이 위계적으로 서열화하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관계를 중시하는 방식이다. 매번 집권 말기에 이르면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철회와 노골적인 실망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면 그 이전의 방식을 되풀이하곤 한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지지의 근거도 모호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들이 직접 항상 그 권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도 빈약했던 것 같다. 오히려 실현되기 어려운 정치·정책적 전망과 통제되기 어려운 권력을 사적인 신뢰를 통해 붙잡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검증되기 어려운 도덕성을 기준으로 신뢰하면서 법률·제도적 기준보다는 감성·이데올로기적 수준의 신뢰를 하지 않았을까. 경제산업화를 추구하는 개발독재국가에 따르거나, 국가 위기의 상황에서 금 모으기에 동참하거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전혀 다른 국가와 '우리 민족끼리'에 광적으로 매몰되는 한국인들은 '기대하고 믿는 대로 행동할 가능성'을 타인 신뢰의 기준으로 삼는 서구의 사회적 신뢰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연고·감성 기반 서구와 다른기준 탓
결국엔 뒤늦은 후회만 반복 할텐데


최초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면, 국민들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특정 이슈에 관한 한 근거 없는 신뢰를 하거나 공적 제도로서의 대통령을 타락시키는 지지행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감성적 지지와 이념적 허구에 사로잡혀 그 정치인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지속적으로 묻지마 지지를 하거나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일은 연예인에 환호하는 일과 다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