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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
내년 3월 대선은 점점 다가오는데, 유력 대선 주자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역대급으로 높다는 여론조사 발표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필자 주변에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찍고 싶은 사람이 없어 고민이라는 이들이 많다. 여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의혹 해소를 위해 국감장에서 특유의 달변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의혹 해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설상가상 경선 후유증까지 겹쳐 우려스러웠는데 그나마 이낙연 후보와 차담을 통해 어렵게 '원팀'으로 봉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與 이재명 '대장동 의혹' 해소 못해
국힘 윤석열·홍준표 '막말리스트'
상대방 향한 비난 경쟁 '점입가경'


야당도 문제가 있긴 매한가지다. 국민의힘 본경선이 갈수록 혼탁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어 지지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로 수차례의 TV 토론에서도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상대방을 겨냥한 비난이나 인신공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전 총장의 잦은 말실수는 상대 진영뿐 아니라 지지자들까지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윤 예비후보는 '120시간 노동, 페미니즘, 불량식품,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안 됐다' 등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 만큼 말실수가 잦아 끊임없이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오죽하면 '윤석열 1일 1망언'이란 신조어까지 나돌며 설화를 겪고 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을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전두환을 추켜세우는 듯한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유감 표명을 하고 사과를 했으나 이후 SNS에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개에게 과일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까지 "사과는 개나 주라는 뜻이냐"며 거센 반발에 "제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임으로써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윤 예비 후보의 언행은 민심을 누구보다 잘 읽어야 하는 대권 도전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급기야 지난 24일 홍준표 캠프에서 '윤석열 후보의 실언·망언 리스트 25건'을 공개함으로써 말실수 공방전이 정책 대결을 덮어 버리는 형국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후보의 '대선 후보 자질 부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에 질세라 윤석열 캠프에서도 '홍준표 막말 리스트'를 공개하고 "홍 후보의 막말은 너무도 많아서 자칫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홍 후보를 비판하는 등 양측의 막말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양측 모두 '실언·망언·막말 리스트'를 공개하며 상대방을 향한 비난 경쟁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왜 이런 사단을 지켜봐야 하는지 참담하다. 아무리 막말이 일상이 된 여의도 정치판이라지만 대선 주자임을 망각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지 않을까.

여야, 비호감도 높이는 '구태정치'
유권자 마음 못 얻고 피로감만 줘


경선 기간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잦은 말실수에 망언과 막말 공방을 쏟아내며 유권자들의 비호감도를 높이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책 검증과 비전 제시에 몰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후보들은 자신이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지 국민에게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등 정책을 검증하며 비전을 보여야 함에도 상대방을 향한 인신공격만 일삼고 있어 피로감이 느껴진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라 그게 실력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막말 공방은 그만하고 판단은 유권자에게 맡겨야 한다. 무엇보다 대권 도전자들은 기성 정치, 기 정부의 정책과 차별화를 외치며 출마 의지를 밝힌 만큼 기존 정치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진지한 성찰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어떤 후보든지 상대에게 막말 프레임을 씌우는 방식의 구태 정치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힘든 법이다. 정치인의 잦은 말실수와 막말은 정치 혐오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거나 정치인의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게 만든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정책을 알리고 품격 있는 언어의 정책적인 대결을 기대한다.

/김정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