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 방송사들이 흥행 참패의 책임을 물어 KBO(한국야구위원회)와 10개 구단에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자 법조계에선 '아마추어식 협박'이라는 질타가 나왔다.
프로야구 중계 방송사 4곳(KBSN, MBC플러스, SBS미디어넷, 스포티비)은 공동으로 지난 25일 KBO와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 프로야구 10개 구단에 손해배상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주요 내용은 리그 중단에 따라 방송사들이 편성을 대대적으로 변경하며 발생한 손해와 후반기 시청률 하락, 낮 경기 증가로 인한 광고 매출 급감, 선 판매된 광고 환불·보상 등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방안을 수립해달라는 요청이다.
중계 방송 4사가 KBO 등에 손해배상을 요청하게 된 배경에 '리그 조기 종료와 선수들의 일탈로 인해 국민적 여론이 악화했다'고 담았다. 2020 도쿄올림픽 휴식기를 앞두고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등 몇몇 구단 선수들이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호텔에서 외부인과 술을 마시는 행위를 하다 적발되는 물의를 빚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 여파로 KBO는 전반기를 조기 종료하고, 후반기 9회 말 무승부제도와 플레이오프 경기 수 축소 등 올해 안에 리그를 마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적용했다.
리그 조기 종료·선수 일탈 등 배경
공문서 구체적 방안은 상대측 맡겨
'생떼·아마추어식 협박' 질타 나와
KBO의 코로나19 지침을 벗어나는 과도한 리그 진행 방식의 변화가 중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중계 방송사들은 주장한다. 공문에 구체적 배상 금액을 표기하진 않았다. 중계권 계약서의 조항에 따라 배상 방안을 수립해 달라는 내용은 담았다.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판단을 구할 때에는 원고가 손해배상 청구액을 계산해 제출해야 한다. 아무리 법정 밖이라고 해도 손해배상 방안을 상대 측에 요청하는 것은 애초부터 '생떼'에 불과하다는 법조계 해석이다.
더욱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부 열이면 열 모두 원고(방송사)의 손을 들어줄 이유가 없는 손해배상을 공문 형태로 발송한 처사 자체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소송을 수행했던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재판으로 가면 쟁점이 엄청나게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릴 소송"이라며 "선수들의 일탈과 시청률 하락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청한 것 자체가 굉장히 아마추어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수원 kt wiz도 이 공문을 받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