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성곽 안쪽 마을(성안마을)'은 다양한 세계적 문화재가 살아 숨 쉬고 있어 다른 수원지역처럼 고밀도 개발을 할 수 없다. 영통·호매실 등과 같이 높은 아파트가 지어질 수 없단 얘기다. 그렇다고 성안마을 주민들이 다른 지역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수원시 도시재생사업 지원을 받아 주민들이 직접 동네 브랜드를 입힌 막걸리 상품을 출시하고 그 외 여러 협동조합으로 주민 간 화합을 넘어 다양한 공유경제활동과 함께 큰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수원화성 '성안마을'은 주민들을 통해 번성하기도 했다가 급격한 도시화로 쇠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주민들이 힘을 합쳐 활력을 되찾았고 현재도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수원 최고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 주민들이 만든 수원시 대표 막걸리 '행궁둥이'
"수원시 공식 만찬주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SNS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수원화성 용연을 지나 흐르는 수원천 인근 벽화골목 입구에는 구수하고 달콤한 누룩 냄새를 풍기는 한옥이 있다.
다래나무가 늘어져 있는 파란 대문과 하얀색 얕은 담벼락 너머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북수동 252-1 일원은 11월 중 오픈을 준비 중인 막걸리 공장이다.
구수한 냄새나는 북수동 '막걸리 공장'
50년 훌쩍 넘긴 한옥주택 4곳 리모델링
시민들 지역조사 통해 '행궁둥이' 탄생
건축된 지 50년을 훌쩍 넘긴 낡고 협소한 한옥 주택 4곳을 수원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공유경제사업장으로 지원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창문틀과 허리를 숙이고 드나들어야 하는 출입구 등 옛 모습을 살려 새롭게 재창조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생산되고 판매될 예정인 막걸리 '행궁둥이'와 판매장 '행궁연가'는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중 공유경제사업으로 탄생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지역조사를 통해 거주민 연령대가 높은 점과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없다는 특징에 착안, 막걸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것이다.
40년 넘게 행궁동에 살고 있는 황현노(65) 조합장을 필두로 5명이 수원양조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동갑내기 동네 친구이자 직접 담금주를 즐겨 빚던 채명자(65)씨와 발효에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을 찾아 듣던 최경미(55)씨,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사업체 운영에 소질이 있는 문은영(53)씨, 행궁동에서 나고 자라며 술맛을 감별하는데 제격인 이덕형(43)씨가 함께 양조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머리를 맞댔다.
■ 행궁동 사람들이 되찾아가는 성안마을 활력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는 주민들을 통해 직접 드러나고 있다. 행궁동에서 탄생한 막걸리 행궁둥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동조합이 결성돼 마을 주민 간 화합을 넘어선 공유경제활동의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지 남쪽 거점은 남수동 마을 사랑방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수제 물품을 만드는 수제공방이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초기부터 참여했던 남수동 주민들이 모여 남수마을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청춘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수제비누와 전통 장, 전통 과자 등을 만들어 판매까지 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 모인 '남수동 마을 사랑방'
수제비누·전통장·과자 만들어 판매도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하며 연극 준비
협동조합 소속 어르신들은 "야~이 야~이 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청춘공방을 열게 된 스토리를 담은 연극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노인정에 모여 화투를 치며 소일하던 어르신들이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 청춘공방을 열고 활력 넘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직접 극본으로 만들었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거점인 행궁동 어울림센터에서도 공유경제는 꿈틀대고 있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위해 2017년 행궁동 도시재생활성화 주민협의체가 구성됐고, 이 조직이 행궁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행궁동 주민 활동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센터 1층에서 어울림카페를 운영하며, 양말폐자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등 주민이 함께하는 공유경제 사업을 진행한다. 성안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원주민부터 조용하고 고즈넉한 매력에 빠져 이사 온 이주민까지 마을을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수원시 최초 도시재생사업
수원시에서는 행궁동 뿐 아니라 매산동, 세류2동, 연무동, 도청 주변 등 총 5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행궁동은 2016년 수원에서 최초로 추진되기 시작해 올해 말 사업 마무리도 처음으로 하게 되는 도시재생사업의 모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6년 팔달구 북수동, 매향동, 남수동, 팔달로 1·2가 78만6천749㎡를 대상으로 사업이 시작돼 '2013년 생태교통 수원' 행사 이후 카페 등이 유입되며 행리단길로 대표되는 정조로 서쪽과 달리 낙후됐던 동쪽 구역에서 추진됐다.
6년간 국비 50억원과 시비 50억원 등 총 1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인프라 개선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한 사업들이 진행됐고 올 연말 최종 마무리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주민 상생정신이 행궁동의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만큼 유기적 연계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이 효과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