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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사회부 차장
수원지검 원천동 청사는 1984년 지어져 35년 동안 쓰였다. 지금은 지검과 고검 모두 수원시 영통구 하동 광교신도시에 있다. 현 검찰청사를 가면 창밖으로 광교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이른바 '호수 뷰'다. 작고 답답했던 원천동 청사를 기억하는 기자에겐 상전벽해다.

낡고 좁은 원천동 청사는 경기 남부의 늘어나는 사건 수요에 맞춰 공간을 증설해 왔다는 게 특징이었다. 오래된 건물에 보안을 지킬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복도에 쇠창살을 내려 통행을 막는 원시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허름한 공판검사 방은 마치 영화 '변호인' 속 1980년대 초 변호사 사무실을 보는 듯했다.

그래도 할 수사는 다했다. 기자가 수원지검을 출입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수뢰혐의로 하남시장이 구속됐고 경기 남부 국회의원들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수사를 받았다. 활성탄 비리를 저지른 한국수자원공사에선 대규모 구속사태가 빚어졌다.

수원지검에 온 검사에겐 '한 건 해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의지가 읽혔다. 승진을 위해선 수사할 거리가 많은 경기 남부에서 큰 사건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그렇게 성과를 낸 검사들은 차장검사로 승진해 지방에 내려가거나 이른바 '서울로 영전'해서 돌아갔다.

'영전의 선순환'이었다. 적어도 수사가 이뤄지고 또 많은 범죄 혐의가 밝혀졌으니 말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수원지검은 조용하다. 무엇을 수사하는지도 알 수 없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도 갸웃하다. 건물은 커지고 번듯해졌지만 생동감이 사라졌다.

원천동 청사에 있을 때도 수사 보안 때문에 검사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도 기자들과 소통하는 검사들이 있었고, 지역 언론은 그들을 통해 토호세력의 비리가 포착되고 척결되는 현장을 찾아냈다. 바뀐 검찰 문화는 중앙보다는 지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래서 감시의 눈이 적을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 토착비리가 피어날 공산이 더 크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어두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지영 사회부 차장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