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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애관극장' 120년 넘는 역사
봉준호·박정자 등 추억 소환
사라진 극장 흔적들도 담아


■감독 : 윤기형


■출연 : 윤기형 外

■개봉일 : 10월 28일

■다큐멘터리 / 75분 / 전체 관람가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천 유일의 개봉관인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으로 불리는 '애관극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애관극장을 기억하거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100명에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윤기형 감독의 "인천에서 태어나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고 애관에서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애관극장이 1895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 정확히 말하자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이라는 사실을 불과 6년 전에 알았다"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윤 감독은 1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애관극장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뒤져봤지만 간단한 기사와 글 외에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은 없었다. "이렇게 역사적인 극장인데 왜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상 하나 없을까"라는 질문이 윤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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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윤 감독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고 애관극장을 찾아갔지만 6개월 동안 계속 거절만 당했다.

포기상태에 이르렀을 때 극장에서 촬영을 허락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조건은 단 두 가지. 많은 스태프를 데리고 와서 촬영하지 않을 것, 그리고 탁경란 사장과 경영담당 이사는 촬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감독은 "마치 영화의 반이 완성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애관의 뜻이 많은 이들에게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은 애관(愛館)의 館(집 관)을 觀(볼 관)으로의 오역한 데서 빚어진 사실임을 촬영과정에서 알아낸다. 하지만 그리 틀린 말도 아닌 듯해 이번 다큐멘터리 제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역사·문화·영화계 인사들이 거의 모두 인터뷰이로 등장하고, 봉준호, 박정자, 최불암, 지상렬, 한명숙 등 익숙한 얼굴의 예술인들도 애관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말한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듯 사라진 극장도 흔적을 남깁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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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금은 사라진 인천의 다른 극장들의 흔적들도 필름에 새겼다. 오성극장은 건물이 남아있고, 밑에 '오성 스포츠'라는 가게가 지키고 있다.

현대극장은 극장 건물이 남아있는데, 현대시장이 맞은편에 극장이 존재했음을 알린다.

문화극장 자리에는 극장을 허문 자리에 대형 빌딩이 들어섰는데, 그 건물 안에는 '문화 사우나'가, 또 옆에는 중식당인 '문화반점'이 영업 중이다. 인형극장 자리에도 건물이 들어섰는데, 이름이 인형빌딩이다. 세계극장 자리 옆에는 '세계 당구클럽'이, 자유극장은 유라 자재 창고로 바뀌었지만 극장 간판을 걸었던 흔적이 지금도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고양이구름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