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사는 윤모(60) 씨는 올해 김장을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사 먹기로 했다. 윤씨는 "마늘이 kg당 1만원을 넘고 새우젓도 많이 비싸져서 김장 비용이 4인 가족 기준 30만원 정도 들 것 같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 김장을 포기하고 차라리 사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마늘·소금·새우젓 등 양념채소와 조미료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올해 유례없는 폭염과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안정권인 배추와 무 역시 다음달부터 비싸질 수 있다는 전망에 벌써부터 김장을 포기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9일 수원의 한 유통시장에서 소금은 5kg당 1만2천800원에 거래돼 최근 5년간 평균 가격(8천883원)을 30.6% 웃돌았다. 깐마늘과 새우젓 역시 kg당 1만900원, 3만4천570원에 거래돼 평년보다 각각 18.9%, 14.4% 비쌌다.
치솟는 물가에 김장 비용은 연일 올라 배추 20포기(4인 가족) 기준 지난 2018년 26만 3천497원에서 2019년 28만 9천691원, 2020년 30만 5천377원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의 경우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포기당 2천660원으로 평년(3천960원)보다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9.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빠르면 다음 달부터 가격이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무 역시 재배면적이 9.7% 감소할 것으로 집계돼 다음 달 가격상승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김장을 포기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7~12일 소비자 6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구 김장 규모는 22.1포기로 평년(22.8포기)보다 3.0%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김장 물가 단속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1일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반'을 꾸려 주요 작물의 수급상황 점검에 돌입했다. 다음 달 하순부터 12월 상순까지 김장철 배추 출하량을 평소의 1.37배로 늘리는 한편, 수급 불안시 깐마늘 1천t·배추 3천t ·무 1천t 등 정부 비축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지역 등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도 이에 동참해 다음 달부터 배추·무·마늘·고추·생강 등 주요 채소 1만1천t을 전년보다 최고 40% 할인해 판매한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