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kt 위즈 팬이 있다. 수원에서 자영업을 하는 40대 남성이다. kt 구단은 그를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지난 30일 프로야구 kt-SSG 랜더스 전을 직관하기 위해 인천 구장으로 달려갔다. 한우구이 식당 영업을 접고서다. 경기 결과에 따라 kt,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중 우승팀이 가려지는 중요한 시합이었다.
LG가 패하고 kt, 삼성이 나란히 승리하면서 다음 날 단판으로 우승팀을 가리게 됐다. 열혈팬은 경기가 끝나자 대구로 향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선수들을 태운 kt 버스를 봤다며 예감이 좋다고 페북에 올렸다. 다음 날 아침엔 대구지리탕과 함께 반주를 겸했다고 한다. 삼성을 지리게 만들고 수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염원을 담은 탁월한 메뉴 선택이라며.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다. 창단 9년, 리그 참가 7년 만이다. 여정은 험난했다. 순위 다툼이 치열한 막바지에 3연패를 당해 2·3위 팀에 추격을 허용했다. 마지막에 연승하면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적진에서 삼성에 1-0 신승. 리그 우승팀을 가리는 결정전은 1986년 해태 타이거즈-OB 베어스 이후 두 번째다.
2015 시즌 1군 무대에 입성한 kt는 2017시즌까지 3년 연속 꼴찌였다. 공·수 모두 불안했고, 단기 성적에 급급해 유망주들을 내보내면서 팬심을 차갑게 했다. 창단 이후 2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용의 군단' NC 다이노스와 비교됐다. 한때 '지진아' 취급을 받는 수모를 겪었으나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투·타에 조화를 이루면서 지난해 리그 2위를 차지, 올 시즌 비상을 예고했다.
한국시리즈에서 kt와 맞붙는 상대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역대 전적이 증명하듯, 리그 우승팀이 절대 유리하다. 다만 올해는 일정이 늦어져 7차례 경기를 목동 넥센 히어로즈구장에서 치러야 하는 게 아쉽다. 홈 구장에서의 기선 제압도, 직관이 어려워진 팬들도 그렇다.
승리에 취해 운전대를 대구로 돌린 찐 팬은 아내에게 미안했다. 카톡으로 대구에 가겠다고 알렸다. 답문이 왔다. '왜 가느냐'고. 야구 보러 간다 하니 다시 문자가 왔다. '걱정 말고, 잘 다녀와'. 그런데 다음 문장에 실소가 터졌다. '대구가 롯데인가?'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