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가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가 아는 주사파(NL)가 아니라 주사파(週四派), 즉 주4일제 근무에 대한 얘기다. 사회 일각에서 농담처럼 논의되더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제도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주 4일 근무는 아직 요원한 얘기다. 주 52시간 근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 4일 근무는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공공기관과 도서관, 동네병원과 약국 등이 주 4일만 문을 열면 시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주4일제가 시행되려면 고용인원을 더 늘려 사회적 불편을 없애야 하고 이에 따른 인건비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산업계의 경쟁력과 기업경영에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모든 복지와 서비스는 결국 돈, 예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뉴스를 접한 단골식당 아주머니는 한숨부터 내쉰다. 물가가 치솟는 데다가 심지어 상추를 딸 일손조차 부족해서 박스당 2천원이던 상추가 1만5천원까지 올랐단다. 힘든 일과 노동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주4일제마저 시행되면 국가경쟁력의 약화와 사회적 어려움이 더 가중될 수 있다.
물론 현대인들은 옛날 우리 조상보다 일을 더 적게 하지는 않는다. 프랑스 노동사회학자 보방(Vauban)에 따르면 18세기 이전 유럽인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180일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폭염·폭우·한파 등 기상여건과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일생과 생활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잠으로 인생의 삼분의일을 보내고 즐겁게 웃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일생 내내 고작 89시간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면 주4일제 근무에 따른 사회적·국가적 비용을 줄이되, 격무로 인한 삶의 질을 확보할 묘방은 없는가. 있다. 바로 시간복지다. 가령, 문화가 있는 날 2시간 조기 퇴근을 실시하거나 태풍과 미세먼지 등 기상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에 한해 출근시간을 조금 늦춰준다든지 점심식사 시간을 1시간30분으로 늘려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삶의 질을 제고하고 노동과 근무환경을 조금 개선해주면서 주4일제 근무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접근해 나가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쉬고 노는 건 좋지만, 소는 누가 키우나?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