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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서울 대치동 래이동물의료센터 수의사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20년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638만 가구(전체 2천304만 가구 기준)로 전체 가구 수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새로 입양하는 가구 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더 많은 반려가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중성화 수술이다. 중성화 수술의 장단점에 따른 찬반론은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으나 모두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가 더 건강하게 오래 함께 사는 것이다.

동물병원에 자주 내원하는 케이스 중 두 가지를 소개해 본다. 11살 말티즈 뽀미는 3일 전부터 구토와 설사를 보였다. 산책도 안 나가려 하고 잘 먹던 간식도 거부해 동물병원을 찾았는데, 뽀미의 병명은 자궁축농증이었다. 자궁축농증은 자궁 내 세균감염으로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질병으로 복막염, 패혈증을 유발, 사망까지도 유발되는 위험한 질병이다. 다행히 뽀미는 자궁난소적출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7살 푸들 차차는 오른쪽 3번째 젖꼭지 부분에 작은 몽우리가 만져지더니 점점 커졌다. 동물병원에서 유선종양으로 진단을 받았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소견이 없어 해당 유선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미뤄왔던 중성화 수술도 같이 진행했다. 조직검사 결과, 양성 유선종양으로 확인되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유선종양 재발 여부를 체크할 예정이다.

뽀미, 차차와 같은 케이스는 조기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방법은 중성화 수술이다. 강아지, 고양이에서 중성화 수술은 성호르몬을 분비하는 성기관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수컷에서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분비하는 고환을 제거한다. 암컷에서는 난소와 자궁을 적출하여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도록 한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이 예방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질병 예방도 가능하다. 수컷은 중성화 수술을 통해 마킹이나 마운팅, 공격적인 성향 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전립선 비대증, 고환암, 항문종양과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암컷은 자궁과 난소를 제거했기 때문에 난소종양, 자궁종양, 자궁염, 자궁축농증의 발생 위험이 없다. 또한 수술 시기에 따라 예방률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 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유선염, 유선종양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서 얻는 이점이 단점에 비해 크기 때문에 수의사의 입장에서 중성화수술을 권장하지만 선택은 보호자에게 달렸다. 만약 중성화수술을 안 한다면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수컷의 고환과 전립선, 비뇨기계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암컷의 유선, 난소와 자궁의 상태를 확인해 줘야 한다. 암컷의 경우 단순한 구토 증상을 보여 동물병원에 간 경우에도 자궁축농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음파로 자궁 상태를 체크해 줘야 한다.

그럼 중성화 수술을 받은 이후, 더 신경 써줄 부분은 없을까? 바로 체중 관리다. 중성화수술 후에는 성호르몬의 감소에 따른 기초 대사량 감소와 체지방량 증가, 체중 증가를 보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중성화수술 후에 급격히 살이 찐 고양이나 강아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의지를 가진 인간의 다이어트보다 더 어려운 것이 강아지, 고양이 다이어트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단순히 사료 급여량만 줄여서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으며 지나친 배고픔과 식탐 증상을 보이거나 중요한 근육량이 먼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와 고양이 모두 육식동물에 가깝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높은 사료를 추천한다. 단백질원은 살코기, 생선, 내장육, 계란 등에 풍부하며 질 좋은 동물성 원료를 선택하고 부산물을 적게 쓴 것이 좋다. 탄수화물 함량은 줄이고, 탄수화물의 종류도 혈당 지수가 낮은 원료인지 확인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중성화 반려동물 전문 케어제품이 출시되었다니 중성화 이후 반려동물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울러 좋은 사료의 선택과 더불어 적절한 산책이나 놀이를 통해 운동량을 만들어준다면 반려동물의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박지혜 서울 대치동 래이동물의료센터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