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카우111

마을 유일 소의 젖 훔치려는 중국인·유대인
'미국 독립영화의 기둥' 켈리 라이카트 감독
'이주자 혹독하고 따뜻한 삶' 영화세계 응축


■감독 : 켈리 라이카트

■출연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개봉일 : 11월 4일

■드라마 / 122분 / 12세 관람가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게는 우정."

윌리엄 블레이크 '지옥의 격언'의 한 문구를 인용하며 시작하는 영화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소외된 자들이 피운 우정과 인생 이야기이다.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유대인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중국인 '킹 루'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고 돈을 벌기로 하는데, 영화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명의 주인공은 성격적으로 주류의 환영을 받지 못하거나, 인종적으로 주류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이 둘의 우정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 이유이다.

또 영화는 인디언 여성들이 따라가는 시선이나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 그들의 대화를 비추며 그 시대 비주류 사회를 포착한다. 특히 젖소는 개척되지 않은 땅에서 자본주의 세계를 확고히 하는 하나의 도구이면서 자본주의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상승과 확장을 향한 탐욕만이 가득한 그 시대, 두 인물 사이의 굳건한 우정과 신뢰는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온 거친 서부 영화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이주자들의 혹독하고도 따뜻한 삶을 그려내며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그동안 보여줬던 영화 세계를 응축하고 있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미국 독립 영화의 기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묵묵히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 온 감독은 단조로운 구조와 서사로 긴장을 이끌어내며 미국의 현실을 환기하는 연출력을 발휘해 왔다.

장편 데뷔작 '초원의 강'부터 이번 영화 '퍼스트 카우'에 이르기까지 26년간 7편의 장편 영화 연출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에게 전 세계의 평단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퍼스트 카우'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됐고, 제86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작품상, 전미 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각본상·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유수 영화제 24회 수상과 143회 노미네이트 됐다.

특히 캘리 라이카트 작품 가운데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둔 것은 '퍼스트 카우'가 처음이다.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일까. 이미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마스터피스(걸작), '퍼스트 카우'를 주목해 보자.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