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601000254100011371

요소수 대란이라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요소 대란이다. 요소수는 요소를 정제수와 혼합하는 간단한 공정만 거치면 된다. 요소만 있다면 요소수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대란이 벌어졌지만 대책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던 요소를 하루아침에 국내 생산으로 충당할 방법이 없다. 수입선을 바꾸면 되지만 유럽도 요소 대란이 시작됐고, 요소 안보에 비상이 걸린 나라들이 우리 형편을 챙겨줄 리도 없다.

글로벌 요소 대란의 시발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시켰다. 미국과 군사동맹인 호주를 길들이기 위한 경제보복 조치였다. 그런데 보복은커녕 제 발등 찍기였다. 호주가 꿈쩍하지 않자 석탄 부족으로 중국 발전소들만 난리가 났다. 설상가상이라고 산시성 대홍수로 주요 석탄광산들이 수몰되면서 발전용 석탄이 고갈되는 바람에 대정전 사태까지 겪었다. 한가롭게 석탄으로 요소를 만들 상황이 아니다.

급해진 중국은 러시아에 가스를 구걸했고, 러시아는 아시아 수출물량을 이유로 유럽 가스 수출량을 줄였다. 그 바람에 유럽은 가스대란에 직면했다. 가스가격이 치솟자 천연가스로 요소를 만들던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다급해진 유럽 국가들은 중국산 요소를 찾았고, 중국은 자국 소비량을 지키려 요소 수출문을 걸어 잠갔다.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될 수 있듯이, 복잡한 사슬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 생태계는 특정 국가나 지도자 한 사람의 작은 몽니만으로 엄청난 재난에 직면할 수 있다. 호주에 대한 중국의 석탄 몽니가 초래한 요소수 대란은 재난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요소수 대란이 물류대란과 경제대란으로 이어지면 코로나19로 휘청였던 글로벌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 수 있다. 요소 부족이 비룟값을 폭등시켜 밀·옥수수 재배를 위협해 사료대란, 식량대란, 식품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들은 섬뜩하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극일을 외치며 소부장 자립에 올인하는 동안, 생수만큼이나 만들기 쉬운 요소수 고갈은 짐작도 못했고 대책은 없다.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도 전량 수입해야 한단다. 에너지, 식량, 산업용 원부자재 수입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티는 나라의 정부가 이럴 수 있는 것인가. 공공화장실에서 소변을 모았던 시절이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