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쌀의 고장이다. 이천 쌀로 만든 밥은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천의 쌀 브랜드인 '임금님표 이천쌀'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 국내 쌀 대부분은 고시히카리, 추청 등 외래 품종이다. 이천 쌀도 마찬가지다. '임금님표'를 앞세우지만, 정작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쌀밥의 맛은 지금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천시장이 공약으로 이천 고유의 쌀을 찾겠다고 내건 이유다.
종자채취 밭 직접 운영·면적 늘려
기술보급 대상에 정부보급종 선정
외래종 지배 국내 시장 '독립의 길'
이천지역에 적합한 국산 벼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에 이천시와 농촌진흥청, 농협이 협업했다. 몇 가지 품종을 개발한 이후에도 보완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는데 농민들은 기르기에 적합한 벼 품종을 선발했고 소비자들은 쌀의 맛을 봤다.
그 결과 2018년 해들, 2019년 알찬미가 탄생했다. 이름은 지역 주민들이 붙였다. 전국 최초로 '수요자 참여형 벼 품종 개발사업'을 통해 제1호 고유 품종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천시는 해들, 알찬미의 보급 확대를 위해 자체 종자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주력했다. 원종포·채종포 등 종자를 채취하기 위한 밭을 직접 운영하는가 하면, 재배 면적도 점차 확대해나갔다.
2019년에는 해들·알찬미의 재배 면적이 131㏊였는데 지난해에는 1천972㏊로 15배가 넓어졌다. 올해는 3천700㏊로 2배 가까이 넓혔고, 내년에는 6천50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탄생한 이천 고유의 쌀은 지난해 식량작물분야 농업기술보급사업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한편, 홍콩으로 시범 수출도 이뤄졌다. 2023년 정부 보급종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냈다. 무엇보다 외래 품종이 지배했던 국내 쌀 시장에 '독립'의 길을 열었다는 게 쾌거다. 이천이 진정한 쌀의 고장으로 거듭나는 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