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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갈아치운 '오징어 게임'을 미국 학자들은 '경제 불평등'이란 관점으로 본다. 지난달 제이슨 존슨 모건주립대 교수는 오징어 게임 속 녹색 운동복을 입고 방송 뉴스프로그램에 나와 미국 사회의 불평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부진한 양극화 해소 정책을 비판했다.

미국의 극심한 빈부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기준 상위 1%의 전체 소득 점유율은 18.8%에 달한다. 하위 50%의 소득 점유율 13.3%를 크게 웃돈다. 1990년엔 하위 50% 소득이 전체 소득의 16.3%, 상위 1% 소득이 14.3%이었다. 그런데 1996년 상위 1%가 15.2%, 하위 50%가 15.0%로 역전된 이후 매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부(富)의 편중도 심각하다. 상위 1%가 전체 부 점유율 34.9%인데 반해 하위 50%는 1.5%에 불과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극소수 최고 부유층을 대상으로 증세를 추진 중이다. 이른바 '억만장자세(Billionaires' Tax)' 제정 움직임이다. 주식, 채권과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최소 20% 세율을 적용해 연간 단위로 부과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자산가치가 올라도 팔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다. 10억 달러 넘는 자산 보유자나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 소득을 올린 700여 명이 대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소환한 고육책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의 10%를 매각해 현금화할지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351만9천252명이 참여해 57.9%가 찬성, 42.1%가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앞서 머스크는 "어떤 방법으로든 투표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실제 매각할 경우 보유 주식 1억7천50만주, 올 상반기 기준 시가 248조원의 10%인 24조8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최상위 부자 증세와 관련, 머스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모든 억만장자에게 100% 세금을 물리더라도 국가 부채는 조금 줄어들 뿐이라는 거다. '재원 대부분은 일반 대중에게서 나와야 한다'며 '이건 기초 수학'이란다. 하지만 국민 절반 넘게 정부 편을 들었다. 배고픈 이웃을 위해 부자가 빵을 나눠주기를 바라는 건 동서와 고금(古今)이 다르지 않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