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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소청도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맹금류 벌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서해 5도 소청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8천497마리의 멸종위기 맹금류 '벌매'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황해를 건너온 철새가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인 소청도가 한반도 철새의 주요 중간 기착지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올해 가을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서 맹금류 이동 조사를 진행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맹금류 벌매 8천497마리가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소청도에서 관측을 본격화한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벌매는 전국 전역의 숲이나 초지에서 볼 수 있는 수리과 조류로 봄과 가을에 한반도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이번 조사에서는 벌매를 포함한 총 18종의 맹금류 1만545마리가 소청도를 거쳐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벌매가 8천497마리(80.6%)로 가장 많고 말똥가리 527마리(5%), 새호리기 406마리(3.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앞서 2019년 조사에서 맹금류 3천425마리가, 지난해 조사에서는 2천293마리가 각각 관찰됐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는 매과, 수리과, 올빼미과 등의 육식성 조류로 국내 50종이 살고 있다. 이 중 벌매 등 21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소청도는 한국과 중국 사이 황해를 건너는 최단 거리 섬으로 중국 산둥반도와 184㎞ 떨어져 있다. 봄철 중국에서 날아온 철새가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이며 가을철 한반도를 떠나 산둥반도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는 섬이기도 하다.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진은 올해 가을 소청도 기상 조건이 상승 기류를 타는 맹금류 이동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번식지 상황이 좋아지면서 벌매가 많이 관찰된 것으로 분석했다.

센터 연구진은 관측한 개체 수가 늘어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벌매가 주로 서식하는 중국, 몽골, 러시아 등 주변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고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