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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헌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
지난해 3월, 일방적으로 폐업을 결정하면서 정파된 경기방송이 다시 살아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역밀착형 콘텐츠 제공 등 지역방송의 역할 수행, (구)경기방송을 청취해온 경기도민들의 청취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역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새로운 지역방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신규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방통위는 후속조치로 '경기지역 라디오방송사업자 선정 기본계획'을 마련해 공개했고 사업자 공모에 들어갔다.

나는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았다. 대대로 경기도 수부도시인 수원에서 살아온 토박이로 MBC기자로 경기도청을 출입하면서 경기도와 함께 살아왔다. MBC 퇴직 후에는 모 지역신문사 사장으로도 일했다.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면서 지역 언론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경기방송의 경우 대주주가 외부인으로 경기도의 정체성과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더구나 일본에 거주하는 대주주가 경기방송을 인수한 이후,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경기도는 서울을 한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나뉘어 있어 지역정체성 확립이 어렵다. 특히 급속한 인구유입으로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방송은 그동안 수도권 이동이 많은 도민을 위해, 20시간 생방송으로 교통정보와 생활정보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경기지역의 시각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경기지역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일은 더더욱 미흡했다.

방통위도 이번 사업자를 위한 설명회에서 '지역적, 사회적, 문화적 기여 실적 및 실현 계획'의 적절성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현상을 꿰뚫고 있는 인적자원은 경기도민이다. 가칭 '경기 도민방송'추진위원회는 투자를 약속한 주주들은 물론 소액주주로 최소 1만명이 넘는 도민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방송은 경기도민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경기방송의 설립명분이고 경기도민의 방송으로 1천400만 도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경기도를 제일 잘 알고, 숙련된 방송 인력인 (구)경기방송 전 직원과 해고자들은 고용승계를 열망하고 있다. '경기 도민방송' 추진위는 이들의 고용을 전원 승계하여 즉각 방송편성과 송출이 가능한 방송의 전문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기도만의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진행자와 패널을 우선 선정해서 경기도의 정체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사회적 약자와 정보의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역봉사를 통한 사회적 기여 전략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한다.

12일에 마감될 사업자공모에는 10개가 넘는 사업자가 응모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기도민을 위한 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권역이 인천광역시 일부가 포함되지만 경기도가 주축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민 방송'설립추진위원회는 구성원 모두가 경기도를 사랑하는 도민으로 '경기방송은 경기도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경기방송은 도민이 주인이어야 한다.

/홍기헌 전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