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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지정 10주년을 맞이한 가천대 길병원 인천지역암센터의 이재훈 소장(혈액내과)이 그간 발자취와 향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길병원 제공
 

가천대 길병원(병원장·김양우) '인천지역암센터'는 인천 유일의 암 전문 의료기관이다.

 


암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는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암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예방할 수 있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길병원을 국가 지정 '지역암센터'로 지정했다. 지역암센터는 지역 중심의 국가암관리사업 전문 의료기관이다. 국립대병원이 아닌 사립대병원이 지역암센터로 지정된 것은 길병원이 최초였다. 올해로 지정 10주년을 맞이한 길병원 인천지역암센터가 암 환자와 가족들의 곁을 지켜온 그간의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암 환자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서울의 몇몇 대형 병원에 굳이 가지 않고도 자신이 사는 인천에서 충분히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다는 확고한 신뢰를 쌓는 것이 '인천지역암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인천지역암센터 이재훈 소장(길병원 혈액내과)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서울을 제외한 지방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지난 2004년부터 순차적으로 '지역암센터'를 지정했고, 길병원은 10년 전 인천의 거점 병원으로서 사립대병원 최초의 '인천지역암센터'로 지정을 받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재훈 소장은 지난 8일 오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길병원은 인천지역암센터로 지정되기 전부터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등을 운영하며 암 관련 우수 전문 의료진과 최첨단 장비 등 풍부한 인프라를 갖춰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길병원 인천지역암센터는 암 예방과 검진, 연구, 진료, 암생존자 지지,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암 관리 컨트롤타워로서 인천지역 내 여러 의료기관, 군·구청 보건소 등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 검진과 치료를 서울 아닌 인천에서…
인천지역암센터 지정 이후 10년간 인천에서는 국가암검진 수검률 증가, 암 발생률·사망률 저하 등 괄목할 만한 변화들이 있었다.

인천지역암센터에 따르면 6대 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의 지난해 인천지역 국가암검진 평균 수검률은 7대 특별·광역시 중 4위인 43.23%(전국 평균 40.73%)로 10년 전보다 약 6.1%p나 상승했다.

인천지역암센터 지정 이전인 2010년 인천은 전국 국가암검진 수검률 평균(39.56%)을 밑도는 37.06%로, 당시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검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국가암검진의 수검 대상은 취약계층인 건강보험 기준 하위 50% 및 의료급여 대상자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인천은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를 비롯해 옹진군 내 수많은 섬을 둔 도시이기도 하다. 인천지역암센터는 의료 여건이 열악한 도서 지역을 지난 10년간 꾸준히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났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인천 도서 지역의 국가암검진 수검률은 2018년 34.27%, 2019년 37.85%, 지난해 38.13% 등으로 향상됐다.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운영 밑바탕 전문 의료진·장비 풍부한 인프라
2011년 사립대병원 최초로 선택… 지역 보건소 등과 유기적 협력 구축
여건 열악한 섬 꾸준히 방문 지난해 국가암검진 수검률 38.13%로 향상
‘이탈률’ 통계치 위암 42.1%·대장암 38.6%·혈액암 5% 등 지속적 감소
“국립암센터·전국 5개 센터와 컨소시엄 구성 연구 분야도 성과 힘써”
국가암검진 수검률 증가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통계치로 '(역외)이탈률'이란 것도 있다. 이는 인천에 사는 암 환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서울 등 타 시·도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해당 지역 병원의 의료 수준과 시민들의 신뢰도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척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인천지역암센터에 따르면 위암은 이탈률이 2011년 43.8%에서 2019년 42.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간암(50.5% →48.5%), 대장암(43.8%→38.6%)의 이탈률도 감소했다.

혈액내과 의사인 이재훈 소장은 "혈액암의 경우 경험적으로 판단할 때 길병원에 온 환자들의 이탈률은 약 5%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암종의 역외 이탈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인천지역암센터의 지정 취지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인천 암 환자 발생 줄고, 암 극복 사례 늘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민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지를 판단하는 '주관적인 건강수준 인지율'(2011년 45.4%→지난해 50.3%)이 향상되고,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흡연'(26%→20.2%)이나 '음주'(60.6%→55.3%) 여부 등은 감소했다.

또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사업연례보고서에선 2018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인천지역 암 발생자 수가 1만2천739명으로, 연령표준화 암 발생률이 인구 10만명당 286.3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인천지역암센터 지정 전인 2010년(307.5명)보다 21.2명이나 적은 수치다. 인천지역 암 사망률(통계청, 2020)도 2010년 111.8명에서 지난해 92.2명으로 감소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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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인천지역암센터. /길병원 제공

이재훈 소장은 "인천지역암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암 관리' 사업"이라며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암 예방 홍보활동과 암 조기 발견을 위한 암 검진을 비롯해 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 의료기관의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사업 등을 꾸준히 실행해온 것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암 환자·가족 보듬는 인천지역암센터
이와 함께 길병원 인천지역암센터는 암 치료로 인한 신체적·정서적 고통의 경감과 일상회복을 돕기 위한 '해피니스 프로그램'(음악·웃음·미술·원예치료, 영양관리, 림프부종 관리 등), 암 환자들의 심적 안정을 위해 자연 속으로 떠나는 '힐링캠프', 재가 암 환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인천지역암센터와 함께 유방암을 극복한 고한나(가명)씨는 "2013년 12월 어느 날,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린 세 아이와 해외에서 근무 중인 남편 얼굴이 떠올랐다"며 "수술 후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다 인천지역암센터가 운영하는 댄스 프로그램에 참여해 같은 아픔을 가진 환우 분들과 교류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 계기로 라인댄스와 밸리댄스 자격증까지 취득해 지금은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인천지역암센터 소아암예방 캠페인 개최
어릴 때부터 암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에서 가천대 길병원에 내원 중인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암 예방 인형극이 진행되고 있다. /길병원 제공

길병원 인천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난 5일 암생존자 토크콘서트(새로운 시작의 길, 우리와 함께하길)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개최하기도 했다.

암환자와 암생존자, 가족 등 암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암 치료 과정에 대해 올바른 정보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 인천지역암센터가 해오던 암 환자와 가족을 지지하는 역할을 지난해 6월부터 이 센터가 도맡고 있다.

길병원은 다음 달 29일 응급센터 11층 가천홀에서 '인천지역암센터 10년 성과와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이재훈 소장은 "국내 대형 병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과 인접해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한 인천의 의료 환경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을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찌 보면 숙명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해 국립암센터와 인천 등 전국 5개 지역암센터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이뤄질 암 연구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이재훈 소장은?

▲ 1976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졸업
▲ 198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1985 〃 대학원(석·박사)
▲ 1987~1994 〃 의과대학 전임강사, 조교수
▲ 2002~현재 가천대 길병원 교수
▲ 2015~2016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회장
▲ 2016 대한혈액학회 학술상 수상 등
▲ 2019~현재 인천지역암센터 소장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