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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가 주창했고 '세이의 법칙'이라 부른다. 경제 전체적으로 공급은 수요에 후행하므로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다시 말해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이며 일명 '판로설'이라고도 한다. 이 법칙이 들어맞는 상황은 부동산시장이다. 우리나라 신도시건설이 그랬고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대장동'사태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산업은 대개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자가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생산한 곳에 수요자가 몰리게 되어 있다. 물론 공급과잉의 경우에는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IT와 게임시장도 다르지 않다. 공급자가 만든 상품을 소비자가 찾게 만든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할 때 시장조사 없이 혁신만으로 제품을 출시하였지만 이후 스마트폰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말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존재한다는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에 대비하여 혁신적 발상이 된다. 


문화뿐아니라 제조·서비스분야도
세계 각국서 우리 찾아오게 만드는
'킬러콘텐츠' 육성위한 투자 절실


최근 공급망관리(SCM)의 압박으로 필수품의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얼마 전 반도체공급의 불안정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요동을 쳤고 아직도 자동차 출고를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한다. 몇 년 전 일본이 반도체 제조의 필수소재인 불화수소 등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로 소·부·장 대란을 일으켜 우리 산업이 한동안 타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반일감정을 자극하더니 최근에는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전 검사규제로 인한 요소수 대란으로 온 나라가 걱정이다. 특히 물류의 핵심인 디젤 화물상용차들의 필수품인 요소수 수입에 차질이 생겨 운행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까지 오고 말았다. 물류대란에 경제가 상처를 입는 상황에 전체적인 글로벌 공급망관리에 노란 신호등이 켜진 것이다. 중국, 미국, 일본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의 산업 현실을 세세히 잘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산업에 필요한 원부자재부터 식품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수요예측과 차질 없는 글로벌 공급망 등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금번 요소수 대란을 교훈 삼아 단순한 물량 확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동시에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국내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도 현재의 상황에 맞도록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살펴볼 일이다.

세상이 온통 비정상인데도 뉴노멀이라 한다. 과연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바뀌어 버린 사회질서와 경제상황에서 움츠려왔던 우리의 욕구 충족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로 일상으로의 회복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때는 사전에 시장조사가 필수적이지만 IT제품의 경우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보다는 공급자가 만들어 놓은 제품을 소비자가 찾아오게 만든다. '킬러콘텐츠', 시장을 재편할 만큼 매력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하며 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제품 중에 인기나 유용성이 매우 높아 시장에 나오자마자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몰아내고 독점하는 '킬러애플리케이션'에서 온 말이다.

미국·중국·일본 틈새서 눈치 보는
억울한 상황 타개 유일한 생존방법


한국을 대표하는 킬러콘텐츠는 'BTS'이다. BTS같이 그야말로 경쟁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육성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산업의 킬러콘텐츠 뿐 아니라 제조·서비스산업 분야에서도 각국에서 우리를 찾아오게 만드는 킬러콘텐츠 육성이 절실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까지, 그 틈새에서 눈치 보는 억울한 상황을 타개하는 유일한 생존방법이 아니겠는가. 우리 한민족에게 잠재해 있는 세종대왕의 DNA를 자극하여 다시 한 번 세계가 놀랄만한 킬러콘텐츠를 각 산업분야에서 만들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그 문이 더 활짝 열려 있다. 세계 각국에서 한글을 배우고, 한국 영화와 K팝에 열광하고, 한국 음식에 매료되고, 코로나 방역 등 우리의 경제, 문화, 예술의 사슬에 묶인 세계인들을 위하여 더욱 훌륭한 킬러콘텐츠를 만들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세이의 법칙'을 '세종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코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어보자!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