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인천지역 농가들이 일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제26회 '농업인의 날'(11월11일)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10시께 찾은 인천 계양구의 한 표고버섯 농장. 이곳에서 6년째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박지명(44)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지난해까지 그의 농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2명이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고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농장에 일손이 달리고 있다.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늘길이 묶이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 고국으로 돌아가
표고버섯 영양분 못 채워 수확 '뚝'
"거래처도 많이 줄어 걱정이 크다"
어쩔 수 없이 박씨는 농장 문을 열 때부터 함께했던 캄보디아 출신 직원 1명과 올해 농사를 시작했으나 일손이 부족해 수확량이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표고버섯 생산에 필요한 '배지'(버섯을 키우기 위한 영양분)를 예년의 60%도 채우지 못해 빚어진 일이다.
박씨는 "자동화 설비를 설치할까도 고민해봤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데다 경기마저 불안정해 포기했다"며 "코로나19로 거래처도 많이 줄어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0년 동안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이한성(63)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매년 포도농사 기간 중 가장 바쁜 6월이 되면 육지에서 4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일을 도왔다. 이 시기에는 과수의 당도를 높이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포도에 봉지를 씌워야 하는데 손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옹진 포도농가 자원봉사자 발길 끊겨
"새참 나눠 먹으며 일하던 때 그립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합금지 조치가 강화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봉지를 씌우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수확량도 줄었다.
이씨는 "신도는 섬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제대로 농사를 짓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인들에게 연락해 도움도 청해봤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단계적 일상회복'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힘겨운 지금의 시기를 잘 버티면 내년에는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씨는 "여름에 새참을 나눠 먹으며 자원봉사자들과 일하던 때가 그립다"며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농촌지도자 인천시연합회 박흥서 회장은 "많은 농민이 이 어려운 시기만 지나면 해 뜰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는 기대로 버티고 있다"며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져 인천시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