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9시10분께 수원 인계동 신한은행. 윤모(60·권선동)씨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지난 1일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은행 영업 시작 시간이 오전 9시로 기존처럼 앞당겨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9시30분이어서 할 수 없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윤씨는 "개점시간에 맞춰 은행 업무를 볼 생각으로 왔는데, 입구 셔터가 내려가 있어서 처음에는 은행이 문을 닫았나 생각했다"며 "위드 코로나도 시작됐는데 왜 은행이 굳이 30분씩 앞뒤로 줄여가며 영업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새로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일찌감치 은행을 찾은 최모(67)씨도 은행 문 앞에 붙은 영업시간 단축 포스터를 보면서 "30분에 열면 약속 시간에 늦는데…"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난 1일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지만, 아직 시중은행 영업점들은 '30분 늦게 열고, 30분 일찍 닫는' 단축영업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 은행을 찾는 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고객 "약속 시간에 늦는데" 발 동동
"창구 방문해도 모바일 뱅킹 유도"
조정 영업시간 굳어질 거란 전망도
10일 신한, KB국민, 하나은행 등 수도권 주요 시중은행 영업점들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이다.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였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난 7월 '금융 소비자 및 은행 직원들의 감염 방지를 위한 한시적 조치'를 전제로 지금과 같이 단축 운영을 결정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지만 영업시간이 다시 늘어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시적 조치'임을 내걸었지만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되며 은행 영업점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 속, 단축된 영업시간이 이대로 굳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업계에서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창구를 방문해도 모바일 뱅킹을 통한 금융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영업점 통·폐합 계획도 나오는 마당에 영업시간 단축이 굳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영업시간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되는데, 양측 모두 현재까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영업시간 연장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한시적 조치라고 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토대로 노조 측과 협의 하에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다고 해서 코로나19 유행이 끝났다고 보기 어려워 단축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며 "내년 산별 협약 때까지는 (단축 영업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