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갯벌이 펼쳐진 안산의 선감어촌체험마을. 칼국수를 끓여 먹고, 버섯을 재배하며 사람이 북적였을 식당건물과 비닐하우스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멈춰있던 이곳의 시간은 최근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얗고 반듯한 전시장이 아닌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고스란히 흘러들어오는 다소 거친 장소에서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2021 경기창작센터 지역연계 기획전인 '대부하우스 창작의 시간'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곳은 선감어촌체험마을의 상징적인 공간인 비닐하우스와 대형식당공간이다. 낯설면서도 어쩐지 신기하고 새로운 느낌이다.
선감어촌체험마을서 영감 받는 입주작가
작품 훼손 감수하며 지역과 연대감 보여
사실 선감어촌체험마을은 길 건너에 위치한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영감을 주는 장소이다. 평소에도 이곳 어촌계의 도움을 받는 등 교류를 해왔다고 한다. 비닐하우스라는 쉽지 않은 환경에도 작품의 훼손을 감수하며 전시를 진행한 작가들의 마음이 이들의 끈끈한 연대감을 반영한다.
작가들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바다, 섬, 마지막, 경기창작센터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를 지역과 함께 극복하려는 의미이면서도, 리모델링을 앞둔 창작센터 입주작가들의 마지막 추억을 담는 전시다.
김재유 작가의 '여름날에'는 여름의 끝자락에 이곳 주변에서 본 수십마리의 새들과 소음을 경험하며 그린 작품이다.
'유화드로잉'이라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갖는 김 작가는 빠르게 사라지는 움직임을 명확하면서도 흐릿하게 흘리며 표현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물감과 초록빛 사이의 하얀 왜가리의 존재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언정 작가의 'City Ansan-Warm island', 'City Ansan'은 대부도에서 살게 되며 느낀 일상과 행복에서 출발했다. 섬이면서도 섬이 아닌 듯한 대부도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작업했다.
박소영, 조선경 작가의 작품 '개 건너길 사이로'는 개 건너길 바닷가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처음 보는 장소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타내는 소통의 방식에 대해 담고 있다. 감각적으로 자연을 받아들이고, 낯설고 불편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몸짓을 포착했다.
김재유 '유화드로잉' 주변서 본 새의 풍경
이웅철 '불의 표면' 3D 이미지 제작 눈길
캠핑족들에게 '핫'한 작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웅철 작가의 '불의 표면'은 3D로 불의 이미지를 제작했다.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경계를 다루는 작품으로 가상의 불을 통해 정서적인 투영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여러모로 주변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보니 '불멍'이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라고.
이 밖에도 김영구 작가의 'Thinking Islets Part1~10', 박미라 작가의 '꿰어진 시간', 임철민 작가의 '우주', 성필하 작가의 '미시적 풍경' 등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들이 그들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부도의 모습이 펼쳐진다.
대부도에서 좀 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줄 '대부하우스 창작의 시간'은 오는 2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