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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여야의 대통령 후보가 최종 결정되었다. 누가 당선되든 이제 100여일이 지나면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의 시간이 가까워진다. 문 대통령은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2021 K박람회'에 참석했다. 이 박람회는 금년에 처음 개최된 행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브랜드 K'를 강조했다. 브랜드 K는 중소기업상품 수출 촉진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한 상품이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은 K-시리즈를 들어왔다. K-방역이 대표적이다. K-백신, K-바이오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K는 등장한다. K-뉴딜, K-조선, K-유니콘, K-콘텐츠, K-푸드. 최근에는 K-뷰티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브랜드 K를 강조하는 문 정부는 'K-정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차기 대선을 앞둔 우리는 이제 K-정부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대표적인 K-시리즈를 통해 K-정부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먼저 K-방역. 정부는 코로나 초기 대응을 방역 모범 사례로 홍보했다. 외신의 주목도 받았다. '메르스'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매뉴얼이 유효했다. 확진자 이동경로 추적 시스템이 작동된 것이다. 초기의 성공은 방심을 유발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의 조기 종식을 예측했고 방역 경계심은 느슨해졌다. 전염이 확산되고 확진자 수는 급속하게 증가했다. 방역 시스템은 붕괴됐다. 마스크 대란이 이어졌다. K-백신은 백신의 국내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국민들을 호도했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했고 국민들은 또다시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위드 코로나 조치 이후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겸하는 국무총리는 사적모임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했다. 이제는 아무도 K-방역을 자랑하지 않는다. 


방역, 초기 성공은 결국 방심 유발
뉴딜, 요소수사태 무능 또 보여줘
콘텐츠, 민간 예술인들의 성과물
 

 

K-뉴딜은 K-정부의 신성장산업 육성 의지를 상징한다. 현실에서는 신성장산업은커녕 기초물질 확보에도 실패하고 있다. '요소수 사태'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또 한 번 보여준다. 지난 2019년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금지 사례가 생각난다.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판결로 촉발된 그 사건에서 K-정부는 어떤 교훈을 얻은 것일까.

'기생충', 'BTS', '오징어게임'이 성공하자 K-콘텐츠가 등장했다. K-정부는 자신들의 업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K-정부가 한 일은 거의 없다. 민간 대중예술인들이 이룬 성과다. 오히려 정부에서는 그들의 유명세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봉준호 감독과 파안대소하며 '짜파구리'를 먹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국민들은 어이가 없었다. 문 대통령의 UN연설에 BTS를 이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평등·공정·정의… 어두운 기억만
내년 3월9일이 되면 모두가 '이별'


K-정부의 K-시리즈 외에 지난 5년간 K의 어두운 측면도 있음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이야기했다. 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말한 평등, 공정, 정의는 국민들의 상식과 달랐다. K-정부의 K-평등, K-공정, K-정의라 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와 일반인의 자식들은 모두 평등한 과정을 거쳐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조 전 장관의 딸은 의사가 되었다. 문 대통령은 부당하게 핍박받은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 이것은 K-평등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강남, 강북의 차이가 없다. 서울과 지방의 구별도 없다. 차례대로 올랐다. 이는 K-공정이다.

K-정의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이견(異見)이 있다. 문 대통령은 신임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 지시에 충실했던 검찰총장은 결국 사퇴하고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반면에 같은 인물에 대해서 개인의 정치적 야망으로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국민들도 있다. K-정의는 결국 대통령 선거 결과로 정의(定義)될 것이다.

K-정부의 K-방역, K-뉴딜, K-콘텐츠 그리고 K-평등, K-공정, K-정의 등 모두가 돌아오는 3월9일이 되면 이별을 고한다. 이제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굿바이! K-정부!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