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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인천에서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여성 인권단체인 사단법인 인천여성의전화가 30년 가까이 써온 단체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 찾기에 나섰다는 소식을 최근 알게 됐다.

인천여성의전화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오는 30일까지 온라인에서 새 이름을 공모해 다음 달 후보작을 추린 뒤 내년 1월 열릴 정기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공지가 있었다. 이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와 함께 이 같은 결정이 지난 9월17일 열린 총회의 의견조사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30년 가까이 써온 이름을 바꾸게 된 더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어 '인여전'에 전화를 걸었다. 전국에 있는 20여 여성의전화의 대표단체 성격인 한국여성의전화의 '지부'로서의 '연대'관계를 끝내며 새 이름을 찾기로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30분 가까운 통화였는데, 요약하면 한국여성의전화가 인천여성의전화 한 회원의 활동을 문제 삼았는데 그 과정에서 충분해야 할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거부되거나 생략됐다는 것이 연대를 끝내기로 한 주된 이유였다.

30년 가까이 인천여성의전화를 이끌어온 김성미경 대표는 정들었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데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여성의전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름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하지만 이 새로운 여성들의 요구와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수용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인천여성의전화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새 이름 공모에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벌써 180건 넘은 이름이 도착하며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인천여성의전화 회원 수도 크게 늘었는데, 250여명인 회원이 현재 400명으로 인천여성의전화 출범 이후 가장 많은 회원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천여성의전화는 더 큰 비난이나 배제, 고립, 핍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을 택한 여성의전화의 새롭고 당당한 새 출발을 응원하고 싶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