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재앙은 해빙이다. 달궈진 대기와 바닷물이 지구의 극지방을 녹이면 인류는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다. 단단한 시베리아 동토층이 진흙탕이 되면 잠겨있던 메탄가스가 분출해 온난화 속도가 배가된다 한다. 동토층에 갇혀있던 미지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다.
그래도 가장 큰 위협은 사라지는 빙하다. 빙하는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인 얼음층이 중력에 의해 아주 느리게 흐르는 자연현상이다. 극지방과 고산지대의 빙하는 엄청난 물을 가두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북극지방은 대륙이 아니다. 북극해를 덮은 빙하층이다. 북극 빙하가 사라지자 사냥길이 끊긴 북극곰들이 아사 상태에 내몰린지 오래다. 그레타 툰베리를 열혈 기후 투사로 만든 북극곰의 눈물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빙하 위기는 남극대륙에서 조용하고도 집요하게 진행 중이다. 남극엔 듣기에도 으스스한 '종말의 날 빙하'로 명명된 스웨이츠 빙하가 있다. 한반도 면적에 버금가는 빙하인데 1980년대 이후 약 5천950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스웨이츠 빙하 아랫부분에 발생한 거대한 구멍으로 비교적 따뜻한 남극환류가 드나들며 해빙 속도를 재촉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스웨이츠 빙하가 사라지면 전 세계 해수면이 6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 스웨이츠 빙하가 지탱하던 서남극 빙붕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면 추가로 해수면이 2m 상승할 것이라 경고한다. 세계지도가 달라지고 인류는 대재앙에 직면한다. '종말의 날 빙하'는 결코 허명이 아니다. 인류는 종말에 가까운 재앙에 직면한다.
최근 영국의 남극지명위원회가 서남극 갯츠 빙붕에 연결된 9개 빙하 중 하나를 '인천 빙하(Incheon Glacier)'로 명명했단다. 바로 스웨이츠 빙하가 있는 지역이다. 주요 기후회의 개최 도시 9곳의 이름을 붙였다는데, 인천은 2018년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개최한 덕분에 포함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세계 34개 국가와 33개 지방정부 등이 참여한 탈석탄 동맹에 가입하기도 했다. 해안 도시인 만큼 해수면 상승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듯하다. '인천 빙하'와 도시 브랜드를 연계시킬 정책을 기대한다. 극지연구소가 인천에 있을 명분이 단단해진 것도 다행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