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천을 비롯한 전국 100개 거점 주유소의 요소수 재고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기 시작했지만 현장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11시께 인천 동구의 한 거점 주유소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 최모(57)씨는 "기다린 지 40분 정도 만에 요소수를 구할 수 있었다"며 "아는 기사가 이 주유소에 요소수가 입고된 것 같다고 연락해 줘 운 좋게 비교적 빨리 넣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주유소에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요소수 100개(10ℓ 기준)가 들어왔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유소 주변으로 화물차들이 몰려들었고, 행렬은 최대 400m 정도까지 길어졌다.
최씨는 정부가 전날부터 공개하고 있는 재고 현황 자료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엔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른다. 기사들끼리 요소수와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는 게 가장 빠르다"고 했다.
전국 100곳 거점주유소 공개 불구
기사들은 "그런자료 있는지도 몰라
우리들 끼리 정보 주고받는게 빨라
재고보다 입고 정보가 실질적 도움"
또 다른 화물차 기사 정모(60)씨는 "화물차들이 길게 줄을 서는 걸 보고,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꼬리를 물었다"고 했다.
그는 "인천과 화성 등지를 주로 오가는데, 어제도 요소수가 부족해져 비상용으로 한 통 갖고 있던 걸 급하게 넣었다"며 "재고 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요소수가 어떤 주유소에 언제 입고되는지 그런 정보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거점 주유소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전날 배당받은 요소수 1만5천ℓ가 당일 소진된 후 아직 공급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 주유소 직원은 "거점 주유소 지정 이후 '언제 가면 요소수를 넣을 수 있느냐'는 전화가 한 시간에 200통은 걸려오는 것 같다"며 "요소수 입고 시각을 우리도 알지 못해 답답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전국 100개 거점 주유소의 요소수 재고 정보를 하루 2회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소수의 원활한 수급 지원이 주된 목적인데, 현장 상황과 거리감이 있다는 비판이다.
요소수 공급이 안정화 단계에 있다는 정부 발표와 현장 상황에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오늘(17일) 5개 거점 주유소의 상황을 점검해보니 요소수 재고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있었다. 문의 전화를 받는 주유소들도 혼란스런 상황이었다"며 "정부와 상황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요소수 대응 실무지원단 관계자는 "앞서 발표했던 요소수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며 "요소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