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A군은 지난달 28일 담임교사에게 당일 오후 1~2시 사이에 학교 운동장 놀이터에서 한 동급생에게 맞았다고 털어놨다.
담임교사는 A군의 학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한 학부모의 의사에 따라 학교 측은 조사에 나섰다. A군은 어머니에게 당시 주변에 함께 있던 다른 동급생들도 자신을 괴롭혔다고 했다.
학교 측은 A군을 포함해 11명의 학생이 놀이터에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해당 학생들을 상대로 진술서를 받았다. 학교 측은 A군과 동급생인 B군이 서로 밀치는 등 다툼을 벌인 것이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학생들은 A군과 B군의 다툼을 말리거나 지켜보면서 웃는 정도였지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군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조사 결과가 나온 셈이다.
학교측, 다툼 지켜보는 정도로 판단
학교장의 재량 관계 회복으로 조치
학부모 "다른 학생도 폭력에 동조"
동부교육지원청 내달 1일 심의·의결
학교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열어 '학교장 자체 해결' 결정을 내렸다. 학교장 자체 해결은 해당 사안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학교장 재량으로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학생 간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다.
A군의 어머니는 B군뿐 아니라 당시 함께 있던 학생들도 학교폭력에 가담했다며 학교 측의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박했다. 이어 B군이 발로 허벅지를 많이 때리자 A군이 이에 대응해 한두 대 때리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으나 B군이 쫓아와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A군을 둘러싸고 일부는 팔과 몸을 붙잡았으며 심한 욕설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면서 비웃는 아이도 있는 등 학교 폭력에 동조했다는 게 A군 어머니의 설명이다.
A군 어머니는 17일 경인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아이들끼리의 단순 싸움으로 생각했다"며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몇 아이들은 동조하고 몇몇은 방관하는 등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판단해 문제 제기를 하게 됐다"며 "학교 측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A군 어머니가 학교 측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천시동부교육지원청은 다음 달 1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A군 학부모 결정에 따라 절차에 맞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